대법원
제3부
판결
사건 2024다233908 손해배상(기)
반소원고,상고인 A
소송대리인 변호사 함준표
반소피고,피상고인 B아파트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남문
담당변호사 신유천

원심판결 부산고등법원 2024. 3. 27. 선고 (울산)2022나11599 판결
판결선고 2024. 10. 8.

주문
원심판결 중 금원 지급 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 2점에 관하여

가.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이 사건 협약은 반소피고 내부적으로 업무집행기관을 구속하는 규범으로서 효력을 가지게 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협약이 반소피고의 내부규범으로서의 효력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그 규범 존속에 대한 반소원고의 신뢰 역시 인정되기 어렵다. 설령 이 사건 협약이 반소피고 창립총회의 인준 결의로 반소피고의 내부규범으로서의 효력을 가지게 되었다고 보더라도, 무상으로 신축상가를 공급하여 준다는 내용까지 내부규범으로 정립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반소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반소피고가 관리처분계획에 이 사건 협약 내용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나.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 중 신축상가의 무상공급에 관한 내용이 이 사건 협약서에 포함되어 있지 않음을 전제로 그와 같은 내용이 반소피고의 내부규범으로 정립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부분에는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다. 그러나 원심의 판단 중 반소피고가 관리처분계획에 이 사건 협약 내용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부분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1) 재건축조합의 총회는 조합의 최고의사결정기관이고, 정관 변경이나 관리처분계획의 수립․변경은 총회결의사항이므로, 새로운 총회결의로써 종전 총회결의의 내용을 철회하거나 변경할 수 있는 자율성과 형성의 재량을 가진다. 그러나 이러한 자율성과 재량이 무제한적일 수는 없으므로, 조합 내부의 규범을 변경하고자 하는 총회결의가 적법하려면 상위법령․정관에서 정한 절차와 의결정족수를 갖추어야 한다. 
나아가 그 내용도 상위법령․정관에 위배되지 않아야 함은 물론 재건축조합에서 일단 내부 규범이 정립되면 조합원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것이 존속하리라는 신뢰를 가지게 됨에 비추어 내부 규범 변경을 통해 달성하려는 이익이 종전 내부 규범의 존속을 신뢰한 조합원들의 이익보다 우월하여야 한다. 조합 내부 규범을 변경하는 취지의 총회결의가 신뢰보호원칙에 위반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종전 내부 규범의 내용을 변경하여야 할 객관적 사정과 필요가 존재하는지, 그로써 조합이 달성하려는 이익은 어떠한 것인지, 내부 규범의 변경에 따라 조합원들이 침해받는 이익은 어느 정도의 보호가치가 있으며 그 침해 정도는 어떠한지, 조합이 종전 내부 규범의 존속에 대한 조합원들의 신뢰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등과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비교․형량해야 한다(대법원 2018. 3. 13. 선고 2016두35281 판결, 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2두30539 판결 등 참조).

재건축조합이 관리처분계획의 수립 혹은 변경을 통한 집단적인 의사결정 방식 외에 전체 조합원의 일부인 개별 조합원과 사적으로 그와 관련한 약정을 체결한 경우 구속적 행정계획으로서 재건축조합이 행하는 독립된 행정처분에 해당하는 관리처분계획의 본질 및 전체 조합원 공동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재건축조합의 행정주체로서 갖는 공법상 재량권에 비추어 재건축조합이 개별 조합원과의 사법상 약정에 직접적으로 구속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그 개별 약정의 내용과 취지 등을 감안하여 유효․적법한 관리처분계획 수립의 범위 내에서 그 약정의 취지를 가능한 한 성실하게 반영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는 인정될 수 있다(대법원 2022. 7. 14. 선고 2022다206391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협약이 반소피고 창립총회의 인준 결의를 거쳐 반소피고 내부적으로 업무집행기관을 구속하는 규범으로서의 효력을 가지게 되었음에도 반소피고가 이 사건 협약의 취지를 성실하게 반영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함으로써 반소원고의 신뢰를 침해하였고, 그에 따라 반소피고는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다.

가) 이 사건 정비사업으로 지어질 아파트의 주출입구 관련 도로계획선이 기존 아파트 단지 밖에 위치한 반소원고 소유 상가건물과 겹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자 이 사건 추진위원회는 2014. 4.경 반소원고를 반소피고의 조합원으로 가입시켜 그 상가건물을 철거할 목적으로 반소원고와 사이에 이 사건 협약을 체결하였고, 이후 반소원고는 2014. 4. 28. 이 사건 추진위원회에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조합설립동의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다. 이에 의하면 이 사건 추진위원회는 반소원고에게 이 사건 협약 내용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신뢰를 부여하였고, 반소원고는 그 신뢰에 기초하여 자신의 권리․의무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행위에 나아간 것으로 볼 수 있다.

나) 반소피고는 2014. 6. 6. 창립총회를 개최하여 이 사건 협약을 ‘별도상가(D) 협약 인준의 건’으로 상정하여 의결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협약에 따른 ‘신축상가의 건물면적, 대지면적 및 규모(4층)’와 관련한 부분은 반소피고의 내부규범으로 정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

다) 반소피고는 반소원고에게 2018. 8. 6. ‘이 사건 협약서 내용대로 사업시행인가시 3층으로 설계된 상가에 대해 4층으로 설계변경을 진행할 예정이고, 이 사건 협약서는 관련 법규에 저촉되지 않는다면 그대로 이행할 예정이다’라는 취지의 ‘사실관계확인 요청관련의 건’이라는 제목의 문서를, 2018. 11. 12. ‘이 사건 협약에 따라 반소원고에게 분양할 예정인 상가건물을 기존 3층에서 4층으로 변경하는 건축심의위원회 변경심의 및 사업시행인가 변경절차를 진행하려 한다’는 취지의 ‘E동 근린생활시설 사업시행인가 변경 알림’이라는 제목의 문서를 각 발송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반소피고는 이 사건 협약 체결 후에도 지속적이고 명시적으로 반소원고에게 이 사건 협약을 준수할 것이라는 신뢰를 부여하였다.

라) 이 사건 협약에 따른 신축상가건물의 대지면적은 370㎡, 건물면적은 775.32㎡(= 193.83㎡ × 4층)인데, 반소원고가 실제 분양받게 될 상가건물의 대지면적은 205.1551㎡, 건물면적은 578.7186㎡에 불과하다. 제1심 감정결과를 바탕으로 한 반소원고의 주장에 의하면 대지면적 부족분의 시가는 약 4억 5,000만 원, 건물면적 부족분의 시가는 약 2억 3,000만 원에 이른다는 것인바, 반소원고가 이 사건 협약에 따른 상가건물을 분양받을 경우 부담하게 될 추가분담금을 고려하더라도 이 사건 협약이 이행되지 않음으로 인하여 반소원고가 입는 손해는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마) 이 사건 협약 내용을 관철한다고 하여 공익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될 것으로 보이지 않고, 기록상 반소피고의 이 사건 협약 위반을 정당화할 만한 사정변경이 확인되지도 않는다. 반소피고가 경상남도 건축위원회에 이 사건 협약 내용에 따른 설계변경을 신청한 것으로 보이긴 하나, 경상남도 건축위원회는 2019. 3. 21. 반소피고에게 ‘가로경관의 부조화를 가져오고 조합원의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이유로 설계변경을 재검토할 것을 요구하는 취지의 심의결과를 통보하였고, 이와 관련하여 반소피고는 별다른 후속 조치를 취하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반소원고의 신뢰를 침해한 데 대하여 반소피고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없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반소피고가 관리처분계획에 이 사건 협약 내용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재건축조합의 내부 규범 정립과 신뢰보호 원칙, 불법행위책임의 성부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반소원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상고이유 제3점에 관하여

반소원고는, 반소피고 정관 제44조 제4항, 제5항에 따라 반소원고가 현금청산자에 해당하게 되어 분담금 지급의무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반소원고의 이와 같은 상고이유 주장은 상고심에 이르러 처음으로 제기된 새로운 주장이므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

3. 결론

가. 반소원고의 반소피고에 대한 금원 지급 청구 부분은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와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가 선택적으로 병합된 것이다. 그런데 선택적으로 병합된 수개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거나 소를 각하한 항소심판결에 대하여 원고가 상고한 경우, 상고법원이 선택적 청구 중 어느 하나의 청구에 관한 상고가 이유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1. 19. 선고 2010다9539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이 원심의 판단 중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 부분은 위법하여 파기되어야 하므로 이와 선택적 관계에 있는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청구 부분도 파기되어야 한다.

나. 원심판결 중 금원 지급 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나머지 상고는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숙연(재판장) 오석준(주심) 이흥구 엄상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