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6. 4. 12. 선고 2014다215406

대법원
제2부
판결
사건 2014다215406 대여금
원고,피상고인 현대산업개발 주식회사
피고,상고인 1. A아파트재건축조합
2. B
3. C
4. D
5. E
6. F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14. 6. 12. 선고 2013나2016198 판결
판결선고 2016. 4. 12.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본안 전 항변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가 피고 A아파트재건축조합(이하 '피고 조합'이라 한다)에게 제출한 이 사건 사업참여제안서에 포함된 이행각서의 "피고 조합에서 시공사 자격의 상실 또는 시공사 선정을 무효로 하여도 피고 조합이 정한 결정에 대하여 민·형사상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고 따를 것을 약속한다"는 문구는 원고의 시공사 자격의 상실 또는 시공사 선정의 무효를 다툴 수 없다는 내용일 뿐, 이를 원고가 이 사건 청구를 하지 않겠다는 부제소약정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들의 본안 전 항변을 배척하였다.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다. 거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위법이 없다.

2. 이 사건 사업경비의 법적 성격 및 사업경비의 대여금 반환 청구에 관한 주장에 대하여

가. 원심의 이 부분 판단의 요지를 본다.

(1) 원심은 우선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① 원고는 주택건설업 및 대지조성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고, 피고 조합은 부산 북구 G 외 10필지 128,498.85m² 지상에서 A아파트 재건축사업(이하 '이 사건 사업'이라 한다)을 추진하기 위하여 2003. 1. 21. 조합설립인가를 받아 2003. 7. 30. 설립등기를 마친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다.
② 피고 조합은 이 사건 사업의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하였는데, 원고는 2002. 9. 30. 피고 조합에게 이 사건 사업의 시공자로 선정되기 위한 사업참여 제안서를 제출한 다음, 2002. 10. 19. 피고 조합의 조합창립 및 시공자 선정을 위한 총회에서 이 사건 사업의 시공자로 선정되었다.
③ 원고는 2003. 10. 8. 피고 조합과 사이에 원고가 피고 조합으로부터 이 사건 사업의 공사를 도급받아 이를 시공하기로 하는 공사가계약(이하 '이 사건 가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④ 피고 B, 피고 C, 피고 D, 피고 E, 피고 F은 피고 조합의 전·현직 임원으로서 이 사건 가계약의 체결 당시 피고 조합의 이 사건 사업으로 인한 모든 채무의 변제에 관하여 피고 조합 및 다른 보증인과 연대하여 책임을 지기로 약정하였다.
⑤ 원고는 2003. 2. 18.부터 2007. 5. 25.까지 사이에 피고 조합의 요청에 따라 이 사건 가계약 제13조에 의하여 원심판결 별지 1 [대여금 내역표]의 '대여금액'란 기재의 각 돈에 관하여 개별적으로 금전소비대차에 관한 약정서를 작성한 다음, 해당 금액을 피고 조합에게 지급하였다(이하 통틀어 '이 사건 대여금'이라 한다).
⑥ 원고는 2003. 7. 1.부터 2007. 12. 10.까지 사이에 이 사건 가계약 제13조에 의하여 이 사건 사업의 사업시행인가를 받기 위한 사업시행계획서에 포함될 설계도 작성을 위한 설계용역비, 그 도서 작성을 위한 측량 및 지질조사비, 피고 조합원들이 농협중앙회로부터 이주비를 대출받은데 따른 대출이자, 사업부지 내 국·공유지를 무상 양도받기 위한 소송비용으로 원심판결 별지 2 [사업경비 내역표]의 '지출금액'란 기재의 각 돈을 직접 지출하였다(이하 통틀어 '이 사건 사업경비'라 한다).

(2) 원심은 위 사실관계를 기초로, ①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02. 12. 30. 법률 제6852호로 제정되어 2003. 7. 1. 시행된 것, 이하 '도시정비법'이라 한다) 제8조에 의하면, 주택재개발사업의 시행자는 원칙적으로 조합이 되고, 다만 조합이 조합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시장·군수 또는 주택공사 등과 공동으로 시행할 수 있으며, 건설업자인 건설회사는 같은 법 제11조에 의한 시공자로 선정될 수 있을 뿐이므로, 건설회사는 재건축사업의 공사를 도급받는 지위를 가질 수 있을 뿐 사업시행자의 지위까지 겸하여 가질 수 없는 점, ② 이 사건 대여금과 이 사건 사업경비는 모두 이 사건 사업의 추진을 위한 비용으로 모두 사용된 점, ③ 이 사건 사업의 추진경과에 비추어 보더라도 원고가 피고 조합에게 이 사건 대여금 및 이 사건 사업경비를 무상으로 지원한 이유는 재건축아파트의 분양이 이루어지면 그 분양수입금에서 이 사건 대여금 및 이 사건 사업경비가 회수될 것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업경비도 이 사건 대여금과 마찬가지로 원고와 피고 조합 사이에 원고가 피고 조합에게 이 사건 사업을 위한 사업경비 명목의 돈을 무이자로 대여한 후 재건축아파트의 분양수입금이 발생하면 그 분양수입금으로 대여금의 변제에 충당하기로 하는 내용의 무이자 금전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한 다음 그에 따라 지급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보아, 피고들이 원고에게 이를 차용금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나.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1) 계약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계약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에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고, 특히 문언의 객관적 의미와 달리 해석함으로써 당사자 사이의 법률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초래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2다21621 판결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① 이 사건 가계약 제4조, 제5조는 이 사건 사업시행 방식에 관하여 피고 조합이 원고에게 조합원들이 소유하는 사업 부지를 제공하고, 원고는 사업경비를 투입하여 아파트 등 건축시설을 시공한 다음 약정된 대물변제비율에 따라 피고 조합에게 신축된 아파트 및 부대복리시설을 공급하며 나머지 건축시설은 일반분양하여 공사비 및 사업경비로 충당하는 지분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점, ② 이 사건 가계약 제13조 제1항은 이 사건 사업경비에 해당하는 설계비, 측량비 및 지질조사비, 무이자 이주비 금융비용, 각종 소송비용을 원고가 피고 조합에게 무상으로 지원하는 항목으로 열거하고 있고, 같은 조 제5항은 제1항의 사업경비가 추가 발생하여도 조합원에게는 추가로 분담금을 부과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는 점, ③ 이 사건 가계약 제13조 제6항은 무상으로 지원하는 사업경비 중에서 원고 명의가 아닌 피고 조합의 명의로 집행하는 사업경비(안전진단비, 신탁등기 및 일반분 보존등기비, 조합운영비 등)에 대해서는 별도로 원고가 피고 조합에게 무이자로 대여하고 피고 조합은 원고에게 분양수입금에서 우선 상환한다고 명시함으로써, 이 사건 대여금에 해당하는 돈에 관하여 원고가 피고 조합에게 이를 대여하는 것임을 명확히 정하고 있는 반면, 원고가 그 명의로 지출한 이 사건 사업경비에 관하여는 그와 같이 정한 바 없는 점, ④ 원고는 이 사건 대여금에 해당하는 사업경비를 지출할 때마다 피고 조합으로부터 개별적으로 금전소비대차계약서와 영수증을 작성 받았지만, 이 사건 사업경비에 해당하는 돈을 지출할 때는 피고 조합으로부터 그러한 금전소비대차약정서 등을 작성 받은 바 없는 점 등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이 사건 사업경비는 이 사건 대여금과는 달리 원고가 피고 조합에게 이를 대여하기로 약정한 것은 아니라고 보는 것이 이 사건 가계약서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에 맞는 해석이고, 원심이 들고 있는 앞서 본 바와 같은 사정들은 이 사건 가계약서에 명시된 문언의 객관적 의미를 위와 달리 해석하여야 할 특별한 사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3)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이 사건 사업경비에 관하여 원고가 피고 조합과 사이에 금전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한 다음 그에 따라 지급한 것이라고 판단하여 피고 조합이 원고에게 이를 반환하도록 명하였으니,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처분문서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이 사건 가계약서에 대한 조합원 총회의 의결에 관한 주장에 대하여

가. 도시정비법 제24조 제3항 제2호는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이율 및 상환방법'을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제85조 제5호는 제24조에 의한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아니하고 제24조 제3항 각 호의 사업을 임의로 추진하는 조합의 임원은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이 도시정비법 제24조 제3항에서 정한 사항에 관하여 총회 의결을 거치도록 한 취지는 조합원들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대하여 조합원들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절차적 보장을 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도시정비법에 의해 설립된 재건축조합이 조합원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아니하고 자금을 차입하는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그 효력이 없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다105112 판결 참조). 한편, 도시정비법 제25조 제2항은 대의원회는 총회의 의결사항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항을 제외하고는 총회의 권한을 대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35조 제1호는 위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항'에 같은 법 제24조 제3항 제2호가 포함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이율 및 상환방법은 조합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 사항으로서 대의원회가 총회의 권한을 대행할 수 없다.

나. 원심은, 이 사건 대여금의 차입에 관한 피고 조합의 총회 의결이 없으므로 이 사건 대여금 차입은 효력이 없다는 피고들의 주장에 대하여, 이 사건 가계약의 사업경비 지원약정은 실질적으로 원고의 피고 조합에 대한 대여의 의미를 갖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고, 또 그러한 내용의 사업경비 및 대여금을 포함하는 이 사건 가계약에 관한 피고 조합의 총회 의결이 있었던 이상, 피고 조합은 원고로부터 이 사건 사업경비를 포함한 대여금을 무이자로 차입함에 관하여 적법한 의결을 거쳤다고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피고들은 이 사건 가계약에 관하여 조합원 총회의 의결이 없었다고 다투어 왔던 사실을 알 수 있고, 앞서 본 법리에 따르면 피고 조합이 원고로부터 돈을 차입하는 약정을 체결하면서 조합원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면 그 약정은 무효이고, 대의원회가 그러한 조합원 총회의 의결을 대행할 수도 없으므로, 이 사건 가계약의 금원차입 내용에 관하여 조합원 총회의 의결이 있었는지는 이 사건 청구의 당부를 판단하는데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그런데도 원심은 아무런 증거나 근거도 밝히지 않은 채 이 사건 가계약에 관한 피고 조합의 총회 의결이 있었다고만 판시하여 피고들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는바, 원심판결 이유나 기록을 살펴보아도 원심이 이와 같이 인정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

라.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가계약에 관한 피고 조합의 조합원 총회의 의결이 있었는지를 충분히 심리하여 본 다음 피고들의 위 주장에 대하여 근거를 밝혀 판단하였어야 함에도, 원심은 아무 근거 제시도 없이 이 사건 가계약에 관한 피고 조합의 총회 의결이 있었다고만 판단하여 위 주장을 배척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이유를 갖추지 못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상훈(재판장) 조희대(주심) 김창석 박상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