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제1부
판결

사건 2020다272356 추심금
원고,상고인 A
소송대리인 변호사 
피고,피상고인 B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원심판결 청주지방법원 2020. 9. 18. 선고 2019나13040 판결
판결선고 2024. 5. 9.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청주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뒤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아래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B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설립추진위원회(이하 ‘이 사건 추진위원회’라 한다)는 2007. 2. 청주시 흥덕구 C 일대에 주택재개발사업(이하 ‘이 사건 사업’이라 한다)을 시행할 조합인 피고를 설립하고자 구성된 추진위원회이다.

나. 이 사건 추진위원회는 2007. 8. 31. 구「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07. 12. 21. 법률 제878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도시정비법’이라 한다)상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인 주식회사 D(이하 ‘D’이라 한다)과 사이에 이 사건 사업에 관하여 정비사업전문관리용역계약(이하 ‘이 사건 용역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용역계약 제13조는 ‘D은 이 사건 추진위원회의 운영비 및 기타사업비를 총회에서 인준 받은 예산(₩150,000,000)은 계약 후 즉시 대여하고 추경이 필요할 시 이 사건 추진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D은 대여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이하 ‘이 사건 소비대차약정’이라 한다).

다. 이 사건 추진위원회는 2009. 8. 6. 청주시장으로부터 주택재개발사업 조합설립인가를 받았고, 이에 따라 피고는 2009. 8. 13. 설립등기를 마쳤다.

라. D은 2017. 10. 28.까지 이 사건 추진위원회와 피고에게 이 사건 용역계약에 따라 조합운영비 등 4억 5,000만 원을 대여하였다. 피고는 2017. 10. 28. 정기총회를 개최하여 D에게 위 4억 5,000만 원을 새로이 선정되는 시공자 등으로부터 대여받아 상환하기로 하는 내용의 결의를 하였다.

2. 일부 무효 등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원심은 판시와 같이 이 사건 용역계약이 무효라고 한 후, 이 사건 용역계약에는 이 사건 소비대차약정이 포함되어 있고, 이는 이 사건 용역계약의 내용으로서 이루어진 것일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추진위원회가 D과 이 사건 용역계약을 체결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데에 주요한 요소이자 그 전제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용역계약과 분리하여 별도로 그 효력을 판단할 수는 없다고 하였다.

나.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1) 법률행위의 일부분이 무효인 때에는 그 전부를 무효로 하나, 그 무효 부분이 없더라도 법률행위를 하였을 것이라고 인정될 때에는 나머지 부분은 무효가 되지 아니한다(민법 제137조). 여기서 당사자의 의사는 법률행위의 일부가 무효임을 법률행위 당시에 알았다면 의욕하였을 가정적 효과의사를 가리키는 것이다(대법원 2013. 4. 26. 선고 2011다9068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이와 같은 법률행위의 일부무효 법리는 여러 개의 계약이 체결된 경우에 그 계약 전부가 경제적, 사실적으로 일체로서 행하여져서 하나의 계약인 것과 같은 관계에 있는 경우에도 적용된다. 이때 그 계약 전부가 일체로서 하나의 계약인 것과 같은 관계에 있는 것인지의 여부는 계약 체결의 경위와 목적 및 당사자의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7. 28. 선고 2004다54633 판결, 대법원 2023. 2. 2. 선고 2019다232277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을 이러한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이 사건 용역계약과 이 사건 소비대차약정이 경제적, 사실적으로 일체로서 행하여져 하나의 계약인 것 같은 관계에 있다고 인정되더라도 이 사건 소비대차약정이 여전히 유효라고 볼 여지가 크다. 구체적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이 사건 추진위원회는 조합설립을 추진하는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자금이 필요하였고, 이 사건 용역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더라도 그 자금을 차용하여 조달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 앞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용역계약이 무효라고 하더라도 향후 설립될 조합의 총회에서 추인하는 결의 등을 통하여 유효로 될 여지가 있고, D이 조합설립 이후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가 담당할 업무까지 그 업무의 범위에 포함하여 이 사건 용역계약을 체결한 점을 고려해 보면, D은 장차 조합설립 후 이 사건 용역계약을 추인받아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선정하는 단계에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로 선정되거나 적어도 우선권을 부여받을 것을 기대하고 이 사건 소비대차약정과 같은 대여행위를 하였을 여지가 있다.

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D과 이 사건 추진위원회는 이 사건 용역계약과 이 사건 소비대차약정을 체결할 당시 이 사건 용역계약이 무효로 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소비대차약정을 체결, 유지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
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D과 이 사건 추진위원회에게 이 사건 용역계약이 무효로 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소비대차약정을 체결, 유지할 의사가 인정될 수 있는지 등을 심리하여 이 사건 소비대차약정의 유효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했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러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용역계약과 함께 이 사건 소비대차약정도 무효가 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일부 무효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결론

원고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하여는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오경미(재판장) 김선수(주심) 서경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