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4. 1. 4. 선고 2023다263537 판결

◇1. 법인의 정관에 이사의 해임사유에 관한 규정이 있는 경우 정관에서 정하지 아니한 사유로 이사를 해임할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2. 법인이 정관으로 이사의 해임사유를 정한 경우, 그 해임사유로 인하여 법인과 이사 사이의 신뢰관계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울 정도에 이르러야 하는지 여부(소극)◇

1. 법인과 이사의 법률관계는 신뢰를 기초로 하는 위임 유사의 관계이다. 민법 제689조 제1항에 따르면 위임계약은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 그러므로 법인은 원칙적으로 이사의 임기 만료 전에도 언제든지 이사를 해임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민법 규정은 임의규정이므로 법인이 자치법규인 정관으로 이사의 해임사유 및 절차 등에 관하여 별도 규정을 둘 수 있다. 이러한 규정은 법인과 이사의 관계를 명확히 하는 것 외에 이사의 신분을 보장하는 의미도 아울러 가지고 있으므로 이를 단순히 주의적 규정으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법인의 정관에 이사의 해임사유에 관한 규정이 있는 경우 이사의 중대한 의무위반 또는 정상적인 사무집행 불능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법인은 정관에서 정하지 아니한 사유로 이사를 해임할 수 없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41741 판결 참조).

2. 법인의 자치법규인 정관을 존중할 필요성은 법인이 정관에서 정하지 아니한 사유로 이사를 해임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법인이 정관에서 정한 사유로 이사를 해임하는 경우에도 요구된다. 법인이 정관에서 이사의 해임사유와 절차를 정하였고 그 해임사유가 실제로 발생하였다면, 법인은 이를 이유로 정관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이사를 해임할 수 있다. 이때 정관에서 정한 해임사유가 발생하였다는 요건 외에 이로 인하여 법인과 이사 사이의 신뢰관계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울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는 요건이 추가로 충족되어야 법인이 비로소 이사를 해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해임사유의 유형이나 내용에 따라서는 그 해임사유 자체에 이미 법인과 이사 사이의 신뢰관계 파탄이 당연히 전제되어 있거나 그 해임사유 발생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이를 고려하는 것이 적절한 경우도 있으나, 이 경우에도 궁극적으로는 해임사유에 관한 정관 조항 자체를 해석·적용함으로써 해임사유 발생 여부를 판단하면 충분하고, 법인과 이사 사이의 신뢰관계 파탄을 별도 요건으로 보아 그 충족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 피고 재단법인 소속 이사들이 이사 겸 이사장인 원고에게 정관에 정한 해임사유가 있다면서 임시이사회를 개최하여 원고를 해임하는 이 사건 해임 등 결의를 하자, 원고는 이 사건 해임 등 결의에 절차적 하자 및 실체적 하자가 있다고 다투면서 이사회 결의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사안임

☞ 원심은, 피고 재단법인이 정관에 이사의 해임사유를 정하였더라도, 그 해임사유는 이사의 행위로 인하여 법인과 이사 사이의 신뢰관계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울 정도에 이른 경우에만 정당한 해임사유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음

☞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이사의 해임사유에 관한 원심의 판단 부분이 적절하지 않음을 지적하되, 다만 피고 재단법인이 정한 정관상 해임사유 자체를 기준으로 보더라도 원고에게 그와 같은 해임사유가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보아, 원심의 결론을 수긍하여 상고를 기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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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4. 1. 4. 선고 2023다263537 판결 [이사회결의 무효확인청구]

사 건

2023다263537 이사회결의 무효확인청구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여의 

담당변호사 오영신 외 1인 

피고, 상고인

재단법인 대한불교 ○○회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주교 

원심판결

대전고등법원 2023. 7. 13. 선고 (청주)2022나51288 판결

판결선고

2024. 1. 4.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는 불교 단체의 재산 관리를 목적으로 1993. 3. 3.경 소속 사설 사암의 토지, 건물 및 출연금 등을 기본재산으로 하여 설립된 재단법인이다. 원고는 2021. 1. 19.경 피고의 이사 겸 이사장으로 선임되었다.

나. 피고 이사와 감사들의 계속되는 임시이사회 소집 요구에도 원고가 임시이사회를 소집하지 않자, 피고 이사와 감사들은 2022. 3. 23. 임시이사회(이하 '이 사건 임시이사회'라 한다)를 소집 · 개최하여 원고를 이사에서 해임하고 소외 1을 새로운 이사에 선임하며 상임이사 소외 2를 이사장으로 선임하는 내용의 결의를 하였다(이하 원고 해임결의 부분을 '이 사건 해임결의'라 한다).

다. 피고 정관 제8조에 따르면 임원의 해임사유는 '법인의 목적에 위배되는 행위'(제1호), '임원간의 분쟁 · 회계부정 또는 현저한 부당행위'(제2호), '법인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제3호)이고, 제11조 제2항에 따르면 이사의 직무상 부당행위가 있을 때에는 감사의 감사결과에 따라 재적이사 2/3 이상의 결의에 의해 해임할 수 있다.

라. 이 사건 임시이사회에서 보고된 감사결과에는 원고가 임원들 사이에 분쟁을 초래하였다거나 명예훼손이나 폭력행사 등으로 현저한 부당행위를 하였다거나 정기이사회 의사록에 대한 날인을 거부하여 피고의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점 등을 지적하고 있다. 피고 이사회는 이 감사결과보고서를 승인한 뒤 이 사건 해임결의에 이르렀다.

마. 원고는 자신이 정관 제8조, 제11조 제2항의 '직무상 부당행위'를 한 바 없으므로 이 사건 해임결의는 실체적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피고는 원고가 임원들 간에 분쟁을 야기하는 등 '직무상 부당행위'를 하였고, 이는 정관 제8조에서 정한 해임사유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해임결의는 실체적으로 적법하여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 사건 해임결의에 하자가 있어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에 대해서, 임원에 대하여 별도로 징계규정이 존재하지 않고 해임으로 인하여 곧바로 임원직을 박탈당하는 중대한 신분상의 불이익이 초래된다면 임원의 행위로 인해 법인과 임원 사이의 신뢰관계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울 정도에 이른 경우에만 정당한 해임사유가 된다는 법리를 제시한 뒤,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와 피고 사이의 신뢰관계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울 정도의 해임사유가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려워 이 사건 해임결의에는 실체적 하자가 있다고 하여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법인과 이사의 법률관계는 신뢰를 기초로 하는 위임 유사의 관계이다. 민법제689조 제1항에 따르면 위임계약은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 그러므로 법인은 원칙적으로 이사의 임기 만료 전에도 언제든지 이사를 해임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민법 규정은 임의규정이므로 법인이 자치법규인 정관으로 이사의 해임사유 및 절차 등에 관하여 별도 규정을 둘 수 있다. 이러한 규정은 법인과 이사의 관계를 명확히 하는 것 외에 이사의 신분을 보장하는 의미도 아울러 가지고 있으므로 이를 단순히 주의적 규정으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법인의 정관에 이사의 해임사유에 관한 규정이 있는 경우 이사의 중대한 의무위반 또는 정상적인 사무집행 불능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법인은 정관에서 정하지 아니한 사유로 이사를 해임할 수 없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41741 판결 참조).

나. 법인의 자치법규인 정관을 존중할 필요성은 법인이 정관에서 정하지 아니한 사유로 이사를 해임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법인이 정관에서 정한 사유로 이사를 해임하는 경우에도 요구된다. 법인이 정관에서 이사의 해임사유와 절차를 정하였고 그 해임사유가 실제로 발생하였다면, 법인은 이를 이유로 정관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이사를 해임할 수 있다. 이때 정관에서 정한 해임사유가 발생하였다는 요건 외에 이로 인하여 법인과 이사 사이의 신뢰관계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울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는 요건이 추가로 충족되어야 법인이 비로소 이사를 해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해임사유의 유형이나 내용에 따라서는 그 해임사유 자체에 이미 법인과 이사 사이의 신뢰관계 파탄이 당연히 전제되어 있거나 그 해임사유 발생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이를 고려하는 것이 적절한 경우도 있으나, 이 경우에도 궁극적으로는 해임사유에 관한 정관 조항 자체를 해석 · 적용함으로써 해임사유 발생 여부를 판단하면 충분하고, 법인과 이사 사이의 신뢰관계 파탄을 별도 요건으로 보아 그 충족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법인과 이사 사이의 신뢰관계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울 정도에 이른 경우에만 정당한 해임사유가 된다는 법리를 제시한 부분은 잘못이다.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피고 정관 제8조 및 제11조에서 정한 해임사유인 직무상 부당행위를 저질렀다고 보기 어려워 정관에 따른 해임사유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보이는 이상, 이 사건 해임결의에 실체적 하자가 있다고 인정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여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임원해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이동원 
 
대법관 
천대엽 
주심 
대법관 
권영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