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북부지방법원
판결
사건 2023고정30 재물손괴
피고인 A
검사 장영표(직무대리, 기소), 설제민(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서울제일
담당변호사 박재형
판결선고 2023. 11. 16.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공소사실

피고인은 서울 동대문구 B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이다.

가. 2022. 1. 29. 범행
피고인은 2022. 1. 29. 10:00경 서울 동대문구 B아파트 C동, D동 및 E동 화단 나무 등에 F 리모델링주택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이하 ‘리모델링주택조합설립추진위원회’라 한다) 설치한 G 등 건설사(임직원일동) 명의의 설 명절 잘 보내라는 취지의 내용이 적힌 현수막 8개를 임의로 철거하여 그 효용을 해하였다.

나. 2022. 5. 3. 범행
피고인은 2022. 5. 3. 11:00경 위 가항 기재의 B아파트 22개동 1층 승강기 앞에 리모델링주택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설치한 리모델링사업추진 주민설문조사서 회수함 45개를 아파트경비원을 통하여 임의로 철거하여 그 효용을 해하였다.

다. 2022. 8. 24. 범행
피고인은 2022. 8. 24. 04:30경 위 가항 기재의 B아파트 22개동 승강기 내부에 리모델링주택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부착하여 게시한 리모델링사업 홍보게시물 45개를 아파트경비원을 통하여 임의로 철거하여 그 효용을 해하였다.

라. 2022. 9. 8. 범행
피고인은 2022. 9. 8. 14:00경 위 가항 기재의 B아파트 C동, H동, I동 및 D동 화단나무 등에 리모델링주택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G 등 건설사(임직원일동) 명의의 행복한 한가위 보내라는 취지의 내용이 적힌 현수막 6개를 아파트경비원을 통하여 임의로 철거하여 그 효용을 해하였다.

2.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

피고인이 위 각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B아파트(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 한다) 단지 내에 설치된 현수막을 철거하고, 이 사건 아파트 22개동 승강기 내부에 부착된 리모델링사업 홍보게시물 및 주민설문조사서 회수함을 각 철거하거나 아파트 경비원에게 철거하게 한 사실은 있다. 그러나 공소사실 가. 다. 라항 기재와 같이 현수막 및 리모델링사업 홍보게시물을 철거한 행위는, 관리주체의 동의를 얻지 않고 설치된 현수막과 게시물을 제거하도록 된 이 사건 아파트 관리규정에 따른 것으로 정당한 행위이고, 공소사실 나.항 기재와 같이 주민설문조사서 회수함을 철거한 행위는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의 지시에 따라 한 것이므로 위법성이 조각된다.

3. 판단

가. 관련법리
형법 제20조에 정하여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므로, 어떤 행위가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 균형성, 긴급성,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한편 어떠한 행위가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지만 정당행위라는 이유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것은 그 행위가 적극적으로 용인, 권장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단지 특정한 상황 하에서 그 행위가 범죄행위로서 처벌대상이 될 정도의 위법성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2021. 12. 30. 선고 2021도9680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이 법원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아파트 관리소장인 피고인이 공소사실 가, 다, 라항 기재와 같이 관리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고 설치된 현수막과 홍보게시물을 제거한 행위는 사회통념상 허용될 정도의 상당성이 있는 것으로 위법성이 결여된 정당행위라고 볼 수 있고, 공소사실 나항 기재와 같이 주민투표회수함을 철거한 행위는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어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할 것이다.

①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19조 제2항은 ‘입주자등은 공동주택에 광고물‧표지물 또는 표지를 부착하려는 경우에는 관리주체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 사건 아파트 공동주택관리규약 제65조는 ‘광고물‧ 표지물 또는 표지를 설치하거나 게시물을 게시하는 사항에 관하여, 광고물, 선전물 등을 지정된 장소 외의 장소에 붙이거나 미관을 해치는 행위에 대하여는 관리주체가 부동의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아파트 광고 및 홍보물 관리규정 제3조는 ‘모든 광고 및 홍보물은 허용된 장소에 관리주체의 동의 또는 입회하에 부착하여야 하고, 그 경우에도 모든 광고 및 홍보물은 기간이 표시된 관리주체의 인장으로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6조 제1항 제1호는 ‘관리주체의 인장으로 동의를 받지 않고 게시된 현수막과 승강기내‧외부에 부착하는 광고 및 홍보물을 발견하는 경우 관리주체는 즉시 제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② 이 사건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 추진과 관련하여 입주자들은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으로 대립하여 여러 분쟁이 지속되고 있다.

③ 리모델링주택조합설립추진위원회는 이 사건 아파트의 광고 및 홍보물 관리규정에 따른 관리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고 공소사실 가, 라항 기재와 같이 이 사건 아파트 단지 내에 현수막을 설치하였고, 다항 기재와 같이 홍보게시물을 이 사건 아파트 각 동승강기 내부에 부착하였다.

④ 이 사건 아파트 관리소장인 피고인은 이 사건 아파트 광고 및 홍보물 관리규정 제6조에 따라 공소사실 가, 다, 라항 기재와 같이 현수막과 홍보게시물을 철거하였다.

⑤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J는 입주자대표회의를 거치지 않은 채 리모델링주택조합설립추진위원회의 요구에 따라 리모델링 찬반 투표용지를 넣어서 회수할 수 있는 주민설문조사서 회수함을 이 사건 아파트 각 동 1층에 설치할 수 있도록 하였으나, 회수함이 설치된 이후 리모델링에 반대하는 수십명의 입주민들이 관리사무소에 찾아가 회수함 설치 자체에 대해 항의하였다. 피고인은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J에게 연락하여 이러한 상황을 설명하였고, 위 J는 피고인에게 투표를 중단하고 주민설문조사서 회수함을 회수해 오라고 지시하였다.

⑥ 이에 따라 피고인은 이 사건 아파트 경비원들을 통하여 리모델링주택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설치한 주민설문조사서 회수함을 모두 회수하여 관리사무소에 보관하였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모두 죄가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송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