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
제2-2형사부
판결

사건 2021노3360 업무상횡령,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위반
피고인 A
항소인 피고인
검사 이자영(기소), 이거량(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오륜
담당변호사 박영근
원심판결 부산지방법원 2021. 10. 7. 선고 2021고단843 판결
판결선고 2022. 7. 21.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30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2019. 5. 23.자 업무상횡령의 점은 무죄.
위 무죄 부분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위반의 점(사실오인 및 법리오해)<각주1>

이 사건 조합은 2018년에 분쟁으로 인하여 정기총회를 개최하지 못하여 2019년도 예산에 대한 결의를 할 수 없었다. 피고인은 원심판결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 각 계약을 체결하기 전후에 2019년 1월부터 6월까지 이사회, 대의원회, 정기총회 등을 개최하여 각 계약 체결에 관한 의결을 하려고 했으나 조합원 E 등의 방해로 이사회 등이 무산되어 의결을 할 수 없었다.
또한 피고인은 위와 같이 의결을 하려할 당시 ‘2019년도 사업비 예산안’을 작성했는데, 예산안 항목에는 위 각 계약 체결과 그에 따른 비용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으므로 위 각 계약 체결 관련 내용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라고만 한다) 제45조에서 규정한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의 것’이 아니다.
따라서 피고인에게는 도시정비법위반의 고의가 없었음에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나. 업무상횡령의 점(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이 총회개최금지 가처분을 신청하기 위하여 소송위임계약을 체결하고 소송대리인에게 착수금을 지급한 것과 총회효력정지가처분을 신청하고 비용을 지출한 것은 피고인이 조합장으로서 행한 업무집행행위와 관련된 것이고 개인적으로 소비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피고인에게는 횡령의 고의와 불법영득의사가 없었음에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다.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도시정비법위반의 점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도시정비법 제24조 제3항 제5호에서 말하는 ‘예산으로 정한 사항 이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이라 함은 조합의 예산으로 정해진 항목과 범위를 벗어나서 금원을 지출을 하거나 채무를 짐으로써 조합원에게 그 비용에 대한 부담이 되는 계약을 의미하는데(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다105112 판결 참조),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을 총회의 의결 사항으로 규정한 취지는 조합원들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어서 조합원들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절차적 보장을 하기 위한 것이고 이를 위하여 같은 법 제85조 제5호에 벌칙 조항을 둔 것으로 해석되는 점, 총회의 사전 의결 없이 계약이 체결되어 이행된 경우 원상회복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법률관계의 혼란을 초래하고 이러한 상황이 조합원들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법 제85조 제5호의 ‘총회의 의결’은 원칙적으로 사전 의결을 의미한다. 따라서 조합의 임원이 총회의 사전 의결을 거치지 아니하고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을 체결하였다면 그로써 같은 법 제85조 제5호에 위반한 범행이 성립된다. 
한편 주택재개발사업의 성격상 조합이 추진하는 모든 업무의 구체적 내용을 총회에서 사전에 의결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위 법 규정 취지에 비추어 보면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는 사전에 총회에서 추진하려는 계약의 목적과 내용, 그로 인하여 조합원들이 부담하게 될 부담의 정도를 개략적으로 밝히고 그에 관하여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고(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9도14296 판결 참조), 조합의 인가받은 관리처분계획에 각 항목별로 예산이 배정되어 있고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면서 총회에서 조합원에게 각 항목별로 계약의 목적과 내용 및 그로 인하여 조합원들이 부담하게 될 부담의 정도를 개략적으로 밝히고 그에 관하여 총회의 의결을 거쳤다면, 총회의 의결 없이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4. 11. 13. 선고 2013도4316 판결 참조).

2) 구체적 판단
살피건대, 원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당시 이 사건 조합의 조합장으로서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에게 부담이 되는 계약을 체결하려면 도시정비법 제45조 제1항 제4호에 의하여 사전에 총회의 의결을 거쳤어야 한다. 그런데 피고인은 원심판결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 각 계약을 체결하면서 사전에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조합원 E 등의 방해로 이사회 등이 무산되어 의결을 할 수 없었다거나, 피고인이 작성한 2019년도 예산안 항목에 위 각 계약 체결과 그에 따른 비용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위 각 계약에 관하여 총회의 의결이 없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넉넉히 피고인의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의 위 각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 업무상횡령의 점에 관한 판단

1) 공소사실의 요지

① 피고인은 2019. 5. 22.경 이 사건 조합 사무실에서, 피고인의 해임을 위한 임시총회 개최가 공고되자, 법무법인 로앤케이와 ‘사건 2019카합10296 총회개최금지 가처분, 당사자 A(피고인), 상대방 F, 착수금 5,500,000원’인 내용의 소송위임계약을 체결하고, 2019. 5. 23.경 피고인이 업무상 보관하는 이 사건 조합의 H은행 계좌에서 5,500,000원을 법무법인 로앤케이의 계좌로 임의로 지급하여 횡령하였다.
② 피고인은 2019. 6. 20.경 이 사건 조합 사무실에서, 부산지방법원에 채권자 A(피고인), 채무자 이 사건 조합으로 하는 위 임시총회 효력정지가처분을 신청하고, 2019. 6. 27.경 피고인이 업무상 보관하는 이 사건 조합의 H은행 계좌에서 위 신청의 법원 인지대 명목으로 272,800원, 같은 날 소송 관련 속기사무소 비용 명목으로 275,000원을 임의로 소비하여 횡령하였다.

2) 원심의 판단

단체의 비용으로 지출할 수 있는 변호사 선임료는 단체 자체가 소송당사자가 된 경우에 한하므로 단체의 대표자 개인이 당사자가 된 민‧형사사건의 변호사 비용은 단체의 비용으로 지출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분쟁에 대한 실질적인 이해관계는 단체에게 있으나 법적인 이유로 그 대표자의 지위에 있는 개인이 소송 기타 법적 절차의 당사자가 되었다거나 대표자로서 단체를 위해 적법하게 행한 직무행위 또는 대표자의 지위에 있음으로 말미암아 의무적으로 행한 행위 등과 관련하여 분쟁이 발생한 경우와 같이, 당해 법적 분쟁이 단체와 업무적인 관련이 깊고 당시의 여러 사정에 비추어 단체의 이익을 위하여 소송을 수행하거나 고소에 대응하여야 할 특별한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는 단체의 비용으로 변호사 선임료를 지출할 수 있다(대법원 2009. 2. 12. 선고 2008다74895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따라 이 사건을 살펴보면, 피고인은 자신을 조합장에서 해임하기 위한 임시총회가 개최를 앞두고 있을 때 자신이 직접 적극적 당사자가 되어 총회개최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이 사건 조합의 자금으로 변호사 비용을 지출하였고, 위 총회에서 자신에 대한 해임안건이 가결되자 임시총회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이 사건 조합의 자금으로 인지대와 속기 비용을 지출하였다.
임원 해임을 위한 임시총회 개최는 조합 운영과 관련하여 경우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문제로서 정관에서 그 절차까지 예정하고 있는 사항이고, 그러한 총회 개최 자체를 저지하기 위한 가처분 신청, 총회효력을 정지시키기 위한 가처분 신청에 특별한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이 사건 조합으로서도 위와 같은 가처분 신청사건의 결과 그 자체에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위와 같이 피고인을 해임하는 총회의 개최 여부, 그 총회의 효력정지 여부에 관한 법적 분쟁이 이 사건 조합과 업무적인 관련이 깊고 당시의 여러 사정에 비추어 이 사건 조합의 이익을 위하여 소송을 수행하거나 대응하여야 할 특별한 필요성이 있는 경우라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조합의 비용으로 위 가처분의 변호사 선임료나 소송비용을 지출할 수 없다. 피고인도 이 사건 당시 이 사건 조합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피고인 자신의 해임을 막기 위해서 비용을 지출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 조합의 비용으로 변호사 선임료나 소송비용을 지출할 수 없음을 충분히 알고 있었고, 알면서도 이 사건 조합의 비용으로 위 변호사 선임료나 소송비용을 지출한 것이어서 횡령의 고의와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인정된다.

3) 당심의 판단

가) 이 부분 공소사실 ①항에 대한 판단
법인의 이사를 상대로 한 이사직무집행정지가처분결정이 된 경우, 당해 법인의 업무를 수행하는 이사의 직무집행이 정지당함으로써 사실상 법인의 업무수행에 지장을 받게 될 것은 명백하므로 법인으로서는 그 이사 자격의 부존재가 객관적으로 명백하여 항쟁의 여지가 없는 경우가 아닌 한 위 가처분에 대항하여 항쟁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고, 이와 같이 필요한 한도 내에서 법인의 대표자가 법인 경비에서 당해 가처분 사건의 피신청인인 이사의 소송비용을 지급하더라도 이는 법인의 업무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비용을 지급한 것에 해당하고, 법인의 경비를 횡령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3도1174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취지에서 보면, 재개발조합 임원의 해임을 안건으로 한 총회가 개최되어 그에 관한 결의가 이루어질 경우 재개발조합의 업무를 수행하는 임원의 직무권한이 상실되거나 그에 관한 분쟁이 격화됨으로써 재개발조합의 업무수행에 지장이 초래될 것이 명백하므로 재개발조합으로서도 위와 같은 총회의 개최에 관하여 다툴 필요성이 있을 수 있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심 및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각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조합의 조합원들이 해임총회에서 조합장인 피고인을 해임하려는 이유는 피고인이 원심판결 전제사실란 기재와 같이 정비업체인 주식회사 D의 편에서서 용역비를 부당하게 지급하려고 한다는 것이고, 피고인은 정당한 직무집행을 한 것이라고 적극 다투고 있는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당시 피고인의 조합장 자격의 부존재가 객관적으로 명백하여 항쟁의 여지가 없는 경우라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인이 총회개최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이 사건 조합의 자금으로 피고인의 변호사 선임비용을 지급한 행위는 이 사건 조합의 업무수행에 필요한 비용을 지급한 것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피고인의 위 행위를 업무상횡령죄로 의율할 수는 없다 할 것임에도, 원심은 위 공소사실을 업무상횡령죄로 의율함으로써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질렀다 아니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다.

나) 이 부분 공소사실 ②항에 대한 판단
살피건대, 원심 및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각 증거들을 면밀히 검토하여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달리 원심판결에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3.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범죄사실 제2의 가.항 기재 사실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는바, 이는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다른 범죄사실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었으므로,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양형부당에 관한 항소이유에 대하여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 및 그에 대한 증거의 요지는 범죄사실 중 제2의 가.항을 제외하는 것 외에는 원심판결의 각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각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37조 제6호, 제45조 제1항 제4호(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은 계약 체결의 점), 형법 제356조, 제355조 제1항(업무상 횡령의 점), 각 벌금형 선택
1.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
1. 노역장유치
형법 제70조 제1항, 제69조 제2항
1. 가납명령
형사소송법 제334조 제1항

양형의 이유
이 사건 범행의 경위, 수법, 횟수 등에 비추어 볼 때 그 죄질이 가볍지 아니하나, 피고인은 도시정비법위반죄로 선고유예와 약식명령을 각 1회 받은 것 이외에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당심에서 일부 업무상횡령의 점에 관하여 무죄 판결이 선고되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이 사건 범행의 동기와 경위, 범행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조건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무죄 부분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제2의 나.항 1) ① 기재와 같은데, 이에 대하여는 위 제2의 나.항 3) 가)에서 본 바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본문에 따라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한다.

판사 권준범(재판장) 양우석 김윤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