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조합의 명칭을 가진 단체의 법적 지위를 판단하는 방법 [2] 건설회사가 ‘아파트 리모델링 조합’과 아파트 리모델링 공사계약을 체결한 후 그에 기초하여 다시 개별 구분소유자와 세대별 리모델링 공사계약을 체결하면서 ‘구분소유자는 건설회사에 대한 일체의 권리행사를 조합을 통해서만 할 수 있다’는 취지의 약정을 한 사안에서, 조합의 법적 지위 등에 관한 별다른 심리 없이 조합을 비법인사단으로 단정하고 위 약정을 단순한 편의규정에 불과하다고 본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원고 1외 19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피고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 ○○)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원고들의 상고이유와 피고의 상고이유를 함께 본다. 1. 조합의 명칭을 가지고 있는 단체라 하더라도 그 실질에 있어서는 2인 이상이 상호간에 금전 기타 재산 또는 노무를 출자하여 공동사업을 경영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관계에 의하여 성립하는 민법상의 조합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고유의 목적을 가지고 사단적 성격을 가지는 규약을 만들어 이에 근거하여 의사결정기관 및 집행기관인 대표자를 두는 등의 조직을 갖추고 있는 비법인사단이거나, 단체성이 없는 다수인의 단순한 모임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있으므로, 조합계약 또는 규약의 유무 및 내용, 단체의 의사결정방식 및 구속력 유무, 조직형태, 업무집행방법 등을 심리하여 그 실질에 따라 단체의 법적 지위를 판단하여야 한다. 2.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피고가 2004. 3.경 ‘로얄맨숀아파트 리모델링 조합’과의 사이에 이 사건 아파트의 리모델링공사를 시행하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한 후, 그에 기초하여 전체 공사금액을 세대별로 나누어 개별 구분소유자와의 사이에 다시 세대별 리모델링공사계약을 체결한 사실, 피고와 위 조합 사이의 계약과 구분소유자와의 개별 계약 체결시 모두 ‘구분소유자는 위 계약과 관련하여 피고에게 일체의 권리행사를 직접 요구할 수 없으며 위 조합을 통해서만 할 수 있다’는 취지의 약정을 한 사실을 알 수 있고, 지급한 공사대금 중 일부의 반환을 구하는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에 대하여 피고는 위와 같은 약정을 들어 일부 구분소유자들에 불과한 원고들이 피고에게 직접 이 사건 청구를 할 수 없다거나 설령 청구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위 조합에 대한 대여금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상계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위 조합이 일부 구분소유자들의 단순한 협의체에 불과한지, 민법상의 조합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비법인사단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 위 각 계약의 의미와 법적 효과, 위 조합과 개별 구분소유자들 및 피고 사이의 법률관계를 다르게 보아야 하고, 그에 따라 위 약정의 의미도 달리 해석되어야 할 것일 뿐 아니라, 피고로부터 금원을 차용한 주체가 누구인지, 개별 구분소유자들이 개인적으로 차용금 채무에 대하여 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에 관하여도 달리 볼 여지가 있으므로, 원심으로서는 피고의 위와 같은 주장에 관하여 판단하기에 앞서 위에서 본 법리에 따라 위 조합이 당시에 시행되던 주택법 규정에 의하여 관할 관청으로부터 설립인가를 받은 리모델링주택조합에 해당하는지, 이 사건 리모델링공사에 대한 허가를 누구의 명의로 받았는지, 위 조합의 결성에 관하여 조합계약을 체결하였는지, 조합규약이 제정되어 있는지, 위 조합의 의사결정 및 집행은 어떻게 하는지 등에 관하여 심리하여 위 조합의 법적 지위에 관하여 살펴본 후, 그러한 법적 지위와 관련하여 일부 구분소유자들인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에 관한 당사자적격 유무와 피고의 상계주장 인용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위 조합의 법적 지위에 관하여 별다른 심리 없이 위 조합이 수인의 임원 및 대의원을 두고 있다는 것만으로 이를 비법인사단으로 단정한 다음, 위 조합의 법적 지위와 위 약정의 관계에 관하여 고려하여 보지 않은 채 별다른 근거 없이 위 약정을 단순한 편의규정에 불과한 것으로 보아 원고들이 피고에 대하여 직접 이 사건 청구를 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상계주장을 배척하고 원고들의 일부 청구를 인용하였는바, 이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는 단체의 법적 지위 및 법률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부분은 이유 있다. 그리고 설령 구분소유자들이 개별 계약에 의한 청구권을 피고에게 직접 행사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원고 7의 경우에는 피고와의 사이에 개별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으므로, 위 원고의 청구권원이 무엇인지에 관하여 심리가 필요함을 지적해 둔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양승태(재판장) 김지형 전수안(주심) 양창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