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법원 2023. 1. 13. 선고 2021구합57586 [조합사업비등지급청구의소]


현금청산자에게 조합원지위상실일까지의 사업비를 부과할 수 있는지 여부 (원고패)


<판결문 중>


원고 청구의 요지


이 사건 정관 규정에 따라 현금청산자는 청산 기준일(조합원 지위 상실일)까지의 정비사업비(사업비용, 금융비용) 중 토지등소유자 종전자산평가 총액에 대한 개별 종전자산평가액의 비율로 산출한 금액을 분담하여야 하고, 분양신청기간 종료일인 2016. 1. 19.까지 지출된 사업비용은 합계 8,375,117,964원이다.

따라서, 피고들은 원고에게 각 별지2 목록 ‘청구금액’란 기재와 같은 분담금액(= 위 사업비용 8,375,117,964원 × 각자의 개별 종전자산평가액 ÷ 토지등소유자의 종전자산평가 총액. 단, 망 D의 분담금액은 36,097,755원으로 산정되므로, 피고 6 내지 16은 위 36,097,755원 중 각 상속지분에 해당하는 금액)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가. 관련 법리

1) 구 도시정비법 제57조, 제60조 제1항, 제61조 제1항 내지 제3항, 구 도시정비법 시행령(2016. 7. 28. 대통령령 제2740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7조에 따르면, 정비사업비는 원칙적으로 사업시행자가 부담하되, 조합인 사업시행자는 정비사업이 완료되어 청산의 단계에서 조합원이 종전에 소유하고 있던 토지 또는 건축물의 가격과 새롭게 분양받은 대지 또는 건축물의 가격의 차액인 청산금을 부과하는 형태로 조합원에게 정비사업비를 분담시킬 수 있고, 이와 별개의 절차로 정비사업의 시행과정에서 발생한 수입을 초과하는 비용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조합원으로부터 부과금을 부과ㆍ징수할 수 있다. 특히 조합원을 상대로 부과금의 방식으로 사업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경우에는 부과금의 액수와 징수 방법, 정비사업비의 조합원별 분담내역 등에 대하여 조합원 총회의 결의를 거치도록 함으로써 조합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절차와 형식을 갖추도록 정하고 있다(구 도시정비법 제24조 제3항 제3호, 제9호, 제61조 참조. 구 도시정비법은 2017. 2. 8. 법률 제14567호로 전면 개정되어 제72조, 제73조에서 사업시행자가 분양공고 전에 토지등소유자에게 분양대상자별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의 명세와 가격, 분양대상자별 분담금의 추산액 등을 통지하도록 하고, 분양신청기간 종료일 다음날부터 분양신청을 하지 아니한 자 등 현금청산 대상자와 협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주택재개발사업에서 조합원이 구 도시정비법 제47조나 조합 정관이 정한 요건을 충족하여 현금청산 대상자가 된 경우에는 조합원의 지위를 상실하므로, 사업시행자인 조합은 현금청산 대상자에게 구 도시정비법 제61조 제1항에 따른 부과금을 부과ㆍ징수할 수 없다. 다만, 구 도시정비법에 따른 재개발조합과 그 조합원 사이의 법률관계는 그 근거 법령이나 정관의 규정, 조합원 총회의 결의 또는 조합과 조합원 사이의 약정에 따라 규율되므로, 현금청산 대상자가 조합원의 지위를 상실하기 전까지 발생한 조합의 정비사업비 중 일정 부분을 분담하여야 한다는 취지를 조합 정관이나 조합원 총회의 결의 또는 조합과 조합원 사이의 약정 등으로 미리 정한 경우 등에 한하여, 조합은 구 도시정비법 제47조에 규정된 청산절차 등에서 이를 청산하거나 별도로 그 반환을 구할 수 있다(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3두19486 판결, 대법원 2016. 8. 30. 선고 2015다207785 판결 등 참조).


2) 현금청산 대상자에게 정관으로 조합원 지위를 상실하기 전까지 발생한 정비사업비 중 일부를 부담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관 또는 정관에서 지정하는 방식으로 현금청산 대상자가 부담하게 될 비용의 발생 근거, 분담 기준과 내역,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여야 한다. 이와 달리 단순히 현금청산 대상자가 받을 현금청산금에서 사업비용 등을 공제하고 청산할 수 있다는 추상적인 정관의 조항만으로는, 조합관계에서 탈퇴할 때까지 발생한 사업비용을 부담하도록 할 수 없다(대법원 2021. 4. 29. 선고 2018두52150 판결).


나. 구체적 판단

위에서 본 법리에 따라 원고가 정비사업비의 지급을 구할 수 있을 정도로 이 사건 정관 규정이 정비사업비의 발생 근거, 분담 기준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는지 보면, 위 기초사실, 갑 10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의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정관 규정이 정비사업비의 발생 근거, 분담 기준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1) 현금청산 대상자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조합원의 지위를 상실하기 전까지 발생한 조합의 정비사업비 중 일정 부분을 분담하는 것인 점, 특히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의 조합원은 조합을 탈퇴하여 청산에 관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개발이익이 배제된 손실보상액을 받게 되므로(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67조 제2항 참조), 현금청산 대상자에게 개발이익 발생의 원인이 된 정비사업비를 청구할 수 없다고 해서 잔존 조합원들과의 형평에 반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정비사업비 분담의 취지를 정한 조합의 정관이나 조합원 총회의 결의 또는 조합과 조합원 사이의 약정이 있었는지는 보다 엄격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2) 구 도시정비법 제60조 제1항 및 제61조 제1항이 원칙적으로 사업시행자가 정비사업비를 부담하되 수입금이 부족한 경우에 한하여 조합원들에게 그 차액 한도 내에서 정비사업비를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음에도, 조합이 현금청산 대상자들에게 주택재개발사업으로 인한 수입을 전혀 고려하지 아니한 채 당시까지 발생한 정비사업비를 개별자산비율대로 부과한다면 개발이익을 향유하지 못하는 현금청산 대상자들이 조합원들에 비해 오히려 불리한 지위에 놓여 형평에 반한다. 또한, 원고가 이 사건에서 지급을 구하는 정비사업비는 조합 운영비, 각종 용역비 등으로서 대부분이 정비사업구역 내에 새로운 건축물을 건설하는 재개발정비사업의 목적 달성을 위하여 지출된 것이고, 이러한 비용을 들여 신축된 건축물과 분양수익 등 재개발사업의 결과물은 종국적으로 조합원에게 귀속되는데, 현금청산 대상자들은 그 수익을 전혀 분배받지 못함에도 이 사건 정관 규정에 따르면 그 수익을 위하여 지출된 비용만을 분담하게 되므로 불합리하다. 그럼에도 현금청산 대상자들에 대하여 수입을 전혀 고려하지 아니한 채 정비사업비를 분담시키려면, 조합에서 탈퇴하여 현금청산 대상자가 될지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개별적인 분담분을 계산하거나 예측할 수 있도록 정관의 규정이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마련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3) 구 도시정비법은 주택재개발사업에 대하여는 그 공익성을 고려하여 주택재건축사업과 달리 조합원 강제가입주의를 채택하되, 다만 조합원의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분양신청을 하지 아니하거나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방법으로 조합을 탈퇴하여 현금청산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그리고 조합 정관의 규정, 조합원 총회의 결의, 조합과 조합원 사이의 약정 등으로 조합원이 조합원의 지위에서 얻은 이익을 소급하여 반환하도록 정할 수 있다는 것은 조합과 그 조합원 사이의 법률관계에 있어서도 사적 자치의 원칙이 적용됨을 전제로 하는바, 조합 탈퇴 여부에 관한 조합원의 의사가 실질적으로 반영되고 진정한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보기 위해서는, 현금청산대상자가 분담하여야 할 정비사업비의 항목을 정하거나 가능한 한 조합원별 정비사업비 분담분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상태에서 총회 결의 등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4) 그런데, 이 사건 정관 규정은 현금청산 대상자가 부담할 정비사업비를 ‘사업비용’(제1호) 또는 ‘이자 및 연체이자 등 금융비용’(제2호)이라고만 정하고 있을 뿐, 그 정비사업비의 구체적인 비용 항목, 기준, 발생 근거와 시기, 범위 등을 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위 규정만으로는 현금청산 대상자가 조합원 지위를 상실할 때까지 조합원의 지위에서 권리, 의무를 행사하는데 사용된 비용 등 자신이 분담하게 될 비용의 기준 또는 구체적 부담 항목과 비용 금액 등 분담내역을 예상하기 어렵고, 그로 인하여 탈퇴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경제적 평가를 하기도 어렵다. 나아가, 현금청산 대상자들이 분담할 정비사업비의 금액 및 현금청산 대상자별 분담내역을 특정할 수 있는 총회 결의를 거쳤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다. 소결론

그렇다면, 원고는 이 사건 정관 규정에 근거하여 피고들에게 정비사업비 분담금액의 지급을 구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