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0. 1. 9. 선고 2018다299211 판결 [용역비]

사 건

2018다299211 용역비 

원고, 상고인

주식회사 A 

피고, 피상고인

B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18. 11. 21. 선고 2018나2003036 판결

판결선고

2020. 1. 9.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경위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서울 성동구 C 일대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시행을 위해 설립된 정비사업조합인 피고는 2013. 9. 5. 원고와 계약기간을 2016. 9. 9.까지, 계약금액을 7,263,585,300원으로 정하여 재개발사업 공사 감리 용역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원고는 2016. 2.경 피고에게 ① 입찰공고된 공사비에 매입부가세가 누락되었고, ② 설계변경에 따라 공사비가 증액되었으며 ③ 기반시설 공사비 및 지하철환기구 이설공사비가 추가로 발생하였다는 이유로, 합계 1,184,330,000원의 감리비 증액을 요청하였다.

다. 피고는 2016. 11. 12. 조합원 정기총회를 개최하여 원고의 감리비 증액 요청에 대한 결의의 건을 안건으로 상정하였고, 조합장 및 사회자가 제안사유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설명한 뒤, 총회가 이에 대한 승인 의결(이하 '이 사건 의결'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1) 제안사유: 감리단인 원고가 추가 감리비 증액을 요청하는바, '실제 정산시에는 이사회 및 대의원회에서 각 항목별로 정밀 심의를 거쳐 꼭 지급하여야만 하는 금액만 지급할 예정이니', 2016. 11. 준공을 위하여 조합원의 승인의결을 받고자 함. 원고 요청감리비 증액 내역은 ① 입찰공고시 공사비 중 매입부가세 누락분 및 설계변경에 따른 공사비 증액분에 대한 감리비 1,034,330,000원, ② 기반시설 공사비 및 지하철환기구이설공사비에 대한 감리비 1억 5,000만 원 총계 1,184,330,000원임

(2) 의결근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24조, 피고 정관 제21조

(3) 의결내용: 제안사유와 같이 승인하는 것으로 의결함

라. 피고는 2016. 11. 16. 원고와 감리 용역대금을 1,184,330,000원 증액하는 내용의 변경계약(이하 '이 사건 변경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고, 2016. 11. 24. 재개발사업시공사업단에게 이 사건 변경계약에 따른 용역비 증액분을 원고에게 지급할 것을 요청하였다.

마. 그런데 피고는 2016. 11. 16. 이 사건 변경계약 체결 직후 이사회를 개최하여 이 사건 변경계약 체결 안건을 대의원회에 상정하는 의결을 하였고, 2016. 11. 25. 이 사회 결의를 거쳐 재개발사업 시공사업단에 대한 용역비 증액분 지급요청을 철회하였으며, 2016. 11. 29. 개최된 대의원회에 이 사건 변경계약 추인 안건이 상정되었으나 부결되었다.

바.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변경계약에서 증액분의 기성대가 지급은 사용검사필증 또는 임시사용승인필증 교부일에 100% 지급한다고 정하였는데, 피고는 2016. 11. 29. 재개발사업에 대한 준공인가를 받았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 사건 변경계약에 따라 증액된 감리 용역대금 1,184,330,000원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를 아래와 같은 이유로 기각하였다.

가. 이 사건 변경계약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17. 2. 8. 법률 제14567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도시정비법'이라고 한다) 제24조 제3항 제5호에서 규정하는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으로서 그 계약 체결을 위하여는 반드시 총회의 의결이 필요하고, 구 도시정비법 제25조 제2항, 구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35조 제1항에 의하면 그 결의를 대의원회가 대행할 수 없다.

나. 피고 총회의 이 사건 의결은 감리 용역대금을 1,184,330,000원 증액하기로 하는 내용의 이 사건 변경계약 체결을 승인하는 의결이라 할 수 없다. 이 사건 의결은 단지이 사건 변경계약의 체결 여부 및 내용을 이사회나 대의원회에 위임하기로 하는 내용의 결의에 불과하다.

다. 총회의 승인 의결 사항을 이사회나 대의원회에 위임하는 내용의 이 사건 의결은 무효이고, 그와 같은 위임 의결이 유효하다 하더라도 결국 대의원회에서 이 사건 변경계약 체결에 관한 안건이 부결되었으므로, 이 사건 변경계약은 효력이 없다.

라. 이 사건 의결을, 감리 용역대금을 1,184,330,000원만큼 증액하는 것을 승인하되, 그 범위 내에서 실제로 지급할 감리 용역대금 액수의 심의 권한만을 대의원회에 위임하는 내용으로 해석한다 하더라도, 예산 범위 내 감리 용역대금의 지급은 구 도시정비법 제24조 제3항 4호에서 정한 '정비사업비의 사용'에 해당하여 이를 승인하는 총회의 결의 또는 대의원회의 승인 결의가 필요한데, 총회의 위임을 받은 대의원회에서 감리용역대금의 지급을 위한 이 사건 변경계약 체결 안건이 부결되었으므로, 대의원회의 결의 없이 이루어진 이 사건 변경계약은 무효이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구 도시정비법 제24조 제3항 제5호에서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을 총회의 의결사항으로 규정한 취지는 조합원들의 권리 · 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조합원들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절차적으로 보장하려는 것이다. 정비사업의 성격상 조합이 추진하는 모든 업무의 구체적 내용을 총회에서 사전에 의결하기는 어려우므로, 구 도시정비법 규정 취지에 비추어 사전에 총회에서 추진하려는 계약의 목적과 내용, 그로 인하여 조합원들이 부담하게 될 부담의 정도를 개략적으로 밝히고 그에 관하여 총회의 의결을 거쳤다면 사전 의결을 거친 것으로 볼 수 있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도9533 판결, 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8도1202 판결 등 참조).

나. 앞서 인정한 바와 같거나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이유로, 총회에서 이 사건 의결이 이루어짐으로써 이 사건 변경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필요한 구 도시정비법상 사전 의결을 거친 것으로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의결에 따라 체결된 이 사건 변경계약은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

(1) 이 사건 의결이 이루어진 총회에서 배부된 안내책자에 기재된 제안사유에는 원고가 요청한 감리비 증액 내역이 항목별로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고, 위 책자에는 원고의 증액요청 공문 및 변경계약서 초안이 첨부되어 있으며,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 체결은 총회 의결사항이라는 내용의 구 도시정비법 제24조 및 피고 정관 제21조가 의결의 근거로 명시되어 있다. 또한 총회에서 사회자는 원고의 감리비 증액요청 항목별 사유 및 증액요청 액수에 관하여 설명하였고, 준공 신청을 위하여는 감리비 증액을 위한 예산 확보가 필요하고, 따라서 위 금액을 한도로 하는 총회 승인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설명하였다.

(2) 이처럼, 이 사건 의결을 위한 제안사유에는 이 사건 의결의 목적(감리 용역대금 증액), 내용(항목별 증액사유 및 증액금액)과 함께 원고가 증액을 요청한 감리 용역대금 1,184,330,000원을 최대한도로 하는 조합원의 부담 정도가 명시되어 있었고, 총회에서 그 내용이 모두 설명되기도 하였으므로, 조합원들은 이 사건 의결에 따라 원고 요청 금액인 1,184,330,000원을 최대한도로 하여 감리 용역대금을 증액하는 내용의 계약이 체결될 것이라는 점을 예상하고 이를 승인하는 이 사건 의결을 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 변경계약은, 이 사건 의결에서 정한 한도를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감리 용역대금을 증액하는 내용으로 체결되었으므로, 구 도시정비법상 필요한 사전결의를 거친 유효한 계약이라 할 수 있다.

(3) 이 사건 의결을 위한 제안사유에는 "실제 정산 시에는 이사회 및 대의원회에서 각 항목별로 정밀 심의를 거쳐 꼭 지급하여야만 하는 금액만 지급할 예정"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이는 이 사건 승인 의결을 위한 제안사유의 기재에 불과하고, 그 문언상의 의미 또한 원고 요청금액 한도 내에서 이사회 및 대의원회가 실제 대금 지급 시 정밀한 '심의'를 거치겠다는 조합원들에 대한 안내사항으로 보이는바, 제안사유의 위와 같은 기재만으로, 이 사건 의결을 감리 용역대금 증액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거나 그 대금액을 결정하려면 이사회 및 대의원회의 결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조건부 내지 위임의결로 보기는 어렵다. 원고 요청금액을 최대한도로 하는 감리 용역대금 증액 계약 체결을 승인하는 이 사건 의결이 있었던 이상 피고가 내부적으로 이사회 또는 대의원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고 이 사건 변경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하여 그 효력을 부인할 수는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4) 또한 원고 요청금액을 최대한도로 감리 용역대금 증액 계약 체결을 승인하는 이 사건 의결에는 이미 그 증액된 예산을 사용하여 이 사건 변경계약에 따라 감리 용역대금을 지급하는 것을 승인하는 내용의 결의도 포함되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변경계약 체결에 별도의 대의원회 결의가 필요하다고 볼 수도 없다.

다. 그럼에도, 이 사건 의결이 이 사건 변경계약 체결 여부 및 내용을 대의원회에 위임하는 내용의 의결에 불과하고, 이 사건 변경계약 체결에 관한 대의원회의 결의도 없었다는 이유로, 이 사건 변경계약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 판단에는 구 도시정비법상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에 관한 총회 의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도록 원심 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김상환 
 
대법관 
박상옥 
주심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노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