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0. 9. 30. 선고 2009도4386

대법원

제3부

판결

사  건 2009도4386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예비적 죄명: 뇌물수수)

피고인 A

상고인 검사

변호인 변호사 B(국선)

법무법인 C

담당변호사 D, E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09. 5. 1. 선고 2008노3446 판결

판결선고 2010. 9. 30.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한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뇌물죄에 있어서 수뢰자가 증뢰자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그 돈을 뇌물로 받은 것이 아니라 빌린 것이라고 주장하는 경우 수뢰자가 그 돈을 실제로 빌린 것인지 여부는 수뢰자가 증뢰자로부터 돈을 수수한 동기, 전달 경위 및 방법, 수뢰자와 증뢰자 사이의 관계, 양자의 직책이나 직업 및 경력, 수뢰자의 차용 필요성 및 증뢰자 외의 자로부터의 차용 가능성, 차용금의 액수 및 용처, 증뢰자의 경제적 상황 및 증뢰와 관련된 경제적 예상이익의 규모, 담보 제공 여부, 변제기 및 이자 약정 여부, 수뢰자의 원리금 변제 여부, 채무불이행시 증뢰자의 독촉 및 강제집행의 가능성 등 증거에 의하여 나타나는 객관적인 사정을 모두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7. 9. 7. 선고 2007도3943 판결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증거들에 의하여 판시와 같은 사정을 인정한 다음, F가 피고인에게 교부한 2억 3,000만 원을 대여금이라고 보아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을 무죄로 인정한 제1심의 조치를 그대로 유지하였는바,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경험칙 내지 논리칙에 위배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한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뇌물죄는 공무원의 직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 및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고, 직무에 관한 청탁이나 부정한 행위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수수된 금품의 뇌물성을 인정하는 데 특별한 청탁이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며, 또한 금품이 직무에 관하여 수수된 것으로 족하고 개개의 직무행위와 대가적 관계에 있을 필요는 없고, 공무원이 그 직무의 대상이 되는 사람으로부터 금품 기타 이익을 받은 때에는 사회상규에 비추어 볼 때에 의례상의 대가에 불과한 것이라고 여겨지거나, 개인적인 친분관계가 있어서 교분상의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명백하게 인정할 수 있는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직무와의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볼 수 없으며,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을 수수하였다면 비록 사교적 의례의 형식을 빌어 금품을 주고받았다 하더라도 그 수수한 금품은 뇌물이 되고(대법원 2001. 10. 12. 선고 2001도3579 판결 등 참조),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금원을 무기한·무이자로 차용한 경우에는 수뢰자가 받은 실질적 이익은 무기한·무이자 차용금의 금융이익 상당이므로 위의 경우에는 그 금융이익이 뇌물이라 할 것인바(대법원 2004. 5. 28. 선고 2004도1442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84조에 의하여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임·직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원심은, 그 채택증거들에 의하여 판시와 같은 사정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이 F로부터 2억 3,000만 원을 이자약정 없이 차용함으로써 얻은 금융이익 상당액은 피고인의 직무와 무관하게 F와의 사적인 친분관계에서 얻은 재산상 이득에 불과한 것이거나 적어도 피고인이 F로부터 2억 3,000만 원을 무이자로 차용할 당시 그 금융이익 상당액이 피고인의 직무에 관하여 교부된 뇌물이라고 인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하여,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이와 같은 판단은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수긍하기 어렵다.

먼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더라도, 원심은 피고인이 F로부터 2억 3,000만 원을 이자약정 없이 차용한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원심 및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G 주식회사(이하 'G'라 한다)의 전신인 H 주식회사는 2002. 8. 27. 이 사건 조합과 재건축사업 관련 행정용역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위 행정용역계약에 따른 업무 중에는 관리처분기준안의 작성, 조합원 분양예정조서 작성 및 권리분석 업무가 포함되어 있는 사실, G는 2004. 11. 2.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로 등록한 후 위 행정용역계약에 따른 업무를 수행하여 온 사실, 피고인은 2004. 9. 23.부터 G의 이사로 근무하다가 2005. 12.경부터는 G를 실질적으로 운영하였으며 2007. 6. 21.에 이르러서는 위 회사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사실, F는 이 사건 아파트 단지 내 I상가의 점포 1개를 자신의 아들과 공동명의로 소유하고 있었고, 이 사건 조합의 대의원으로서 조합 대의원회의에 참석하여 왔으며, F의 딸인 J은 이 사건 아파트 단지 내 분산상가의 점포 1개를 소유하고 있었던 사실, 이 사건 조합의 상가조합원에 대한 상가분양은 조합의 정관에 따라 규정된 상가관리처분계획에 근거하여 상가분양계획이 수립되고, 그에 따라 층, 호수, 면적 등을 기준으로 상가분양이 이루어지는데, G는 조합과의 행정용역계약에 따라 상가분양에 대한 상가관리처분계획안의 작성 등 행정업무를 수행한 사실, 그런데 이 사건 조합의 분산상가 조합원들은 2006. 11.경 G의 사무실로 찾아가 지상층 상가의 분양을 요구하면서 소란을 피웠으며 이후 2006. 12. 28. 개최된 제54차 대의원회의에서 I상가에 대한 상가관리처분계획은 의결되었으나 분산상가에 대하여는 상가관리처분계획이 의결되지 못하다가 2007. 6. 14. 개최된 제56차 대의원회의에서 비로소 분산상가처리안 및 상가분양계획안이 의결된 사실, F는 피고인에게 2006. 11. 28.부터 2007. 4. 27.까지 사이에 6회에 걸쳐 합계 2억 3,000만 원을 대여하였는데, F가 피고인에게 위와 같이 대여한 시점은 이 사건 분산상가 조합원들에 대한 상가분양 문제가 본격적으로 문제되기 시작한 이후부터 분산상가에 대한 관리처분계획이 의결되기 이전까지 인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에다가 위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피고인과 F가 2001년경부터 친분관계가 있었다고 할지라도 이는 피고인이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의 임·직원이고 F가 재건축조합의 조합원이라는 관계에 터잡은 것이었던 점, 이 사건 이전에 F가 피고인에게 이 사건 대여금과 같은 정도의 액수를 무이자로 대여한 적이 없었던 점 등을 모두 더하여 보면, 피고인이 F로부터 2억 3,000만 원을 무이자로 차용하여 이자 상당 금융이익을 취득한 것이 직무와 아무런 관계없이 개인적 친분관계에서 이익을 얻은 것이라고 볼 수는 없고, 오히려 직무와 대가관계가 있는 부당한 이익을 얻은 것으로서 피고인도 그러한 금융이익이 뇌물에 해당한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비록 피고인이 얻은 금융이익이 소액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을 들어 달리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수뢰죄에 있어서의 직무관련성과 대가성 및 그 범의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러한 위법은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3. 파기의 범위


따라서, 원심판결 중 예비적 공소사실에 관한 부분은 파기를 면할 수 없고 이와 동일체의 관계에 있는 주위적 공소사실에 관한 부분 역시 함께 파기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5. 12. 23. 선고 2005도5282 판결 등 참조).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영철(재판장) 안대희(주심) 박시환 차한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