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신탁과 관련된 부가가치세
저자이철재 공인회계사등록일2017.09.27
기획재정부는 신탁 관련 부가가치세의 처리에 혼선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2017.9.1. 대법원 판결을 반영한 예규를 발표하였고, 신탁 관련 내용을 반영한 부가가치세법 개정안을 정기국회에 제출하였다.
부가가치세법 개정안에서는 부가가치세의 체납을 방지하기 위하여 신탁재산에 대한 부가가치세의 납세의무자를 위탁자로 보되, 수탁자에게 신탁재산을 한도로 물적납세의무를 부여하였다. 아울러 신탁계약에 따른 위탁자에서 수탁자로의 신탁재산 이전 등은 대법원 판례에 따라 재화의 공급으로 보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신설하기로 하였다.
1. 들어가며
대법원은 2017년 5월과 6월에 신탁과 관련된 총 6건의 재판에서 신탁재산을 공급한 경우에는 신탁의 종류에 관계없이 수탁자가 부가가치세의 납세의무자이며, 타익신탁에서 신탁재산의 실질적 통제권이 우선수익자에게 이전되더라도 이는 신탁계약에 따른 것이므로 이와 구별되는 재화의 공급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하였다.
이와 같은 대법원의 판결은 지난 수십 년간의 신탁과 관련된 부가가치세에 대한 판례와 예규를 모두 뒤집는 것이어서 실무상 큰 이슈가 되었다. 기획재정부는 신탁 관련 부가가치세의 처리에 혼선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2017.9.1. 대법원 판결을 반영한 예규를 발표하였고, 신탁 관련 내용을 반영한 부가가치세법 개정안을 정기국회에 제출하였다.
본 원고에서는 신탁과 관련된 최근의 일련의 사건인 대법원 판결, 기획재정부의 새로운 예규, 세법개정안의 내용을 살펴보려고 한다.
2. 새로운 대법원 판결
1) 신탁재산을 공급한 경우의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대법원2012두22485, 2017.05.18.) 전원합의체]
⑴ 사건의 개요
최모씨는 2008.6.24. ㈜A산업개발로부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에 있는 AD파크빌 비(B)의 상가건물 6개를 75억원에 매수하면서 매매대금을 지급하기 위하여 H상호저축은행(주)로부터 42억원을 차입하고 이를 담보하기 위하여 2008.6.30. 케이비부동산신탁(주)(이하 ‘케이비신탁’이라 한다)과 건물에 관한 신탁계약을 체결하면서 신탁기간은 2011.6.30.까지, 신탁원본의 우선수익자는 H상호저축은행, 수익권증서금액은 58억 8,000만원으로 정하여 신탁하기로 하는 부동산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였다.
그 신탁계약에 의하면, 최모씨가 그 건물을 계속 점유ㆍ사용하면서 실질적 관리행위를 하고 그 비용을 부담하되 케이비신탁은 위 건물의 가치보전 및 처분에 필요한 관리행위를 할 수 있으며, 우선수익자인 H상호저축은행과 최모씨가 체결한 여신거래계약이나 신탁계약을 위반하거나 경제사정의 변화 등 사유로 건물로 우선수익자의 채권확보가 불가능할 경우에는 우선수익자의 요청에 의하여 건물을 환가ㆍ정산할 수 있고 환가ㆍ정산한 매각대금에서 신탁계약 및 그 처분절차와 관련하여 발생한 비용, 신탁보수 및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임대차보증금, 선순위 저당권자의 피담보채권 등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우선수익자의 채권(수익권증서금액 한도 내)에 충당한 후 잔액이 있을 경우 위탁자인 최모씨에게 지급하기로 하였다. 2008.7.1.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최모씨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 및 케이비신탁에 대한 신탁등기가 각각 마쳐졌다.
최모씨가 대출원리금채무를 제때 변제하지 못하자 H상호저축은행은 케이비신탁에 건물의 환가를 요청하였고, 케이비신탁은 건물의 공개매각을 추진하였으나 수회 유찰되자, H상호저축은행이 2009.2.23. 수의계약으로 위 대출원리금채무액과 같은 금액인 금 4,517,005,143원에 이 사건 건물의 소유권을 취득하였다.
최모씨는 2009.1.15. 2008년 2기분 부가가치세를 신고하면서 위 건물 매입 등에 따라 매입세액은 345,274,713원, 매출세액은 18,181,818원으로 하여 부가가치세 326,638,350원의 환급을 신청하였는데, 관할세무서는 이 신탁이 건물의 실질적 통제권이 우선수익자에게 있는 타익신탁에 해당하므로 재화의 공급일을 신탁등기일인 2008.7.1.로 보고 우선수익금액에 대한 매출세금계산서를 교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위 환급신청을 거부하고 2008년 2기분 부가가치세 25,720,180원을 부과하였다.
최모씨는 2009.9.8. 이 사건 신탁이 이른 바 담보신탁으로 수의계약에 의한 부동산 매각일인 2009.2.23.에 재화의 공급이 있었다고 보아야 하고 신탁등기일에 실질적인 통제권이 이전된 것으로 볼 수 없어 세금계산서를 교부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며 이의신청을 제기하였고, 관할세무서는 이를 받아들여 위 2008년 2기분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을 전액 취소하고 환급신청액을 환급하였다.
또한, 관할세무서는 2009.2.23.에 사건 신탁계약의 위탁자인 최모씨를 이 사건 건물의 양도에 관한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로 보아 2010.1.16. 최모씨에 대하여 2009년 1기분 부가가치세 243,249,960원을 부과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최모씨는 쟁점부동산에 대한 신탁은 타익신탁이고, 신탁재산의 처분에 따른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는 그 우선수익권이 미치는 범위(58억 8천만원) 내에서 우선수익자이며, 이 경우 공급하는 자와 공급받는 자가 동일하므로 부가가치세법상 공급으로 볼 수 없으므로 이 건 처분은 취소되어야 한다는 이유로 2010.6.21.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하였으나, 2011.3.2.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⑵ 쟁점
신탁재산을 공급한 경우의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는 위탁자, 우선수익자, 수탁자 중 누구인지 여부
⑶ 대법원 판결
구 부가가치세법(법률 제9915호, 2010.1.1.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조 제1항 제1호는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이라는 거래를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으로 규정하고 있고, 제2조 제1항 제1호는 ‘영리목적의 유무에 관계없이 사업상 독립적으로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자’인 사업자를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로 정하고 있으며, 제6조 제1항은 재화의 공급을 ‘계약상 또는 법률상의 모든 원인에 의하여 재화를 인도 또는 양도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부가가치세는 재화나 용역이 생산ㆍ제공되거나 유통되는 모든 단계에서 창출된 부가가치를 과세표준으로 하고 소비행위에 담세력을 인정하여 과세하는 소비세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앞서 본 바와 같이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이라는 거래 그 자체를 과세대상으로 하고 있을 뿐 그 거래에서 얻은 소득이나 부가가치를 직접적인 과세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는 실질적인 소득이 아닌 거래의 외형에 대하여 부과하는 거래세의 형태를 띠고 있으므로, 부가가치세법상 납세의무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역시 원칙적으로 그 거래에서 발생한 이익이나 비용의 귀속이 아니라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이라는 거래행위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부가가치세의 과세원인이 되는 재화의 공급으로서의 인도 또는 양도는 재화를 사용ㆍ소비할 수 있도록 소유권을 이전하는 행위를 전제로 하므로, 재화를 공급하는 자는 위탁매매나 대리와 같이 부가가치세법에서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는 한 계약상 또는 법률상의 원인에 의하여 그 재화를 사용ㆍ소비할 수 있는 권한을 이전하는 행위를 한 자를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구 신탁법(법률 제10924호, 2011.7.25.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1조 제2항은 ‘신탁이라 함은 위탁자와 수탁자가 특별한 신임관계에 기하여 위탁자가 특정의 재산권을 수탁자에게 이전하거나 기타의 처분을 하고 수탁자로 하여금 수익자의 이익을 위하여 또는 특정의 목적을 위하여 그 재산권을 관리, 처분하게 하는 법률관계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신탁법상의 신탁은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특정한 재산권을 이전하거나 기타의 처분을 하여 수탁자로 하여금 신탁 목적을 위하여 그 재산권을 관리ㆍ처분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위탁자가 금전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금전채권자를 우선수익자로, 위탁자를 수익자로 하여 위탁자 소유의 부동산을 신탁법에 따라 수탁자에게 이전하면서 채무불이행시에는 신탁부동산을 처분하여 우선수익자의 채권 변제 등에 충당하고 나머지를 위탁자에게 반환하기로 하는 내용의 담보신탁을 체결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수탁자가 위탁자로부터 이전받은 신탁재산을 관리ㆍ처분하면서 재화를 공급하는 경우 수탁자 자신이 신탁재산에 대한 권리와 의무의 귀속주체로서 계약당사자가 되어 신탁업무를 처리한 것이므로, 이때의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는 재화의 공급이라는 거래행위를 통하여 그 재화를 사용ㆍ소비할 수 있는 권한을 거래상대방에게 이전한 수탁자로 보아야 하고, 그 신탁재산의 관리ㆍ처분 등으로 발생한 이익과 비용이 거래상대방과 직접적인 법률관계를 형성한 바 없는 위탁자나 수익자에게 최종적으로 귀속된다는 사정만으로 달리 볼 것은 아니다. 그리고 세금계산서 발급ㆍ교부 등을 필수적으로 수반하는 다단계 거래세인 부가가치세의 특성을 고려할 때, 위와 같이 신탁재산 처분에 따른 공급의 주체 및 납세의무자를 수탁자로 보아야 신탁과 관련한 부가가치세법상 거래당사자를 쉽게 인식할 수 있고, 과세의 계기나 공급가액의 산정 등에서도 혼란을 방지할 수 있다.
이와 달리 신탁재산의 공급에 따른 부가가치세의 납세의무자는 그 처분 등으로 발생한 이익과 비용이 최종적으로 귀속되는 신탁계약의 위탁자 또는 수익자가 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한 (대법원2000다57733, 2003.04.22.),(대법원2000다57740, 2003.04.22.) 판결 ; (대법원99다59290, 2003.04.25.) 판결 ; (대법원2000다33034, 2003.04.25.) 판결 ; (대법원2005두2254, 2006.01.13.) 판결 ; (대법원2006두8372, 2008.12.24.) 판결 등은 이 판결의 견해에 저촉되는 범위에서 이를 변경한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수탁자인 케이비부동산신탁은 신탁계약을 원인으로 위탁자인 최모씨로부터 신탁재산인 이 사건 건물을 이전받은 다음 신탁재산의 관리ㆍ처분권한에 기초하여 이를 처분한 거래행위를 한 것이므로, 이 사건 건물이 2009.2.23. 피고보조참가인에게 공급됨에 따라 발생하는 부가가치세 납세의무를 부담하여야 하는 자는 원칙적으로 수탁자인 케이비부동산신탁이다.
2) 신탁재산에 대한 우선수익자를 시공사로 하는 것이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인지 여부[(대법원2014두6111, 2017.06.15.) 판결]
⑴ 사건의 개요
일반건축공사 및 주택건설업을 하는 시행사인 주식회사 CN(이하 ‘㈜CN’이라고 한다)은 2003년 무렵 L건설 주식회사(이하 ‘L건설’이라고만 한다)와 부산 수영구 소재 지하 3층, 지상 20층 1개동(주택 299세대, 상가 14세대) 주상복합건물(이하 ‘이 사건 주상복합건물’이라 하고, 그 중 상가 14세대를 ‘이 사건 상가’라 한다) 신축공사를 공사대금 271억원에 도급하기로 하는 계약(이하 ‘이 사건 도급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L건설이 2006년경 이 사건 주상복합건물의 신축공사를 마쳤으나, 이 사건 도급계약에 따른 공사대금 중 148억 5,995만원을 지급받지 못하였다. ㈜CN은 2006.7.27. ㈜코람코자산신탁과 이 사건 상가를 포함한 미분양 부동산 305세대에 관하여 부동산처분신탁계약(이하 ‘이 사건 신탁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면서, ㈜코람코자산신탁이 위 미분양 부동산 305세대를 처분하여 그 매각대금을 우선수익자로 지정된 L건설에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한편 ㈜CN과 L건설은 위 미분양 부동산 305세대의 분양예정가액을 이 사건 도급계약에 따른 미지급 공사대금 상당액인 148억 5,995만원 정도로 보고, 이 사건 신탁계약을 통하여 L건설에 대한 공사대금 채무가 모두 변제되는 것으로 약정하였다.
관할세무서는 L건설을 우선수익자로 지정하여 이 사건 신탁계약을 체결한 것이 구 부가가치세법 제6조 제1항의 ‘재화의 공급’에 해당함을 전제로, 이 사건 상가의 분양예정가액인 40억 270만원을 그 시가로 보고 그 중 건물가액인 26억 6,245만원을 과세표준으로 하여 2012.1.2. ㈜CN에게 2006년 제2기 부가가치세 463,427,640원을 경정ㆍ고지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고, ㈜CN은 불복하였으나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⑵ 대법원 판결
위탁자인 ㈜CN이 이 사건 신탁계약을 통하여 L건설에 대한 미지급 공사대금 채무에 갈음하기로 하면서 수탁자인 ㈜코람코자산신탁에게 이 사건 상가 등을 이전하고 L건설을 우선수익자로 지정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신탁설정에 따른 거래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
3) 주택분양신탁에서 주택보증회사가 분양대금을 환급한 경우 신탁재산이 위탁자로부터 주택보증회사로 이전된 것인지 여부(대법원2014두13393, 2017.06.15.)
⑴ 사건의 개요
㈜B는 2007년 7월경 S건설 주식회사(이하 ‘S건설’이라고 한다)와 용인시 소재 토지에 477세대로 구성된 주상복합아파트를 신축ㆍ분양하는 사업과 관련하여 해당 토지 및 그 위에 건축 중이거나 건축된 건물을 신탁부동산으로 하고, ㈜B가 위 아파트를 건설하여 수분양자에게 분양계약을 이행할 수 없을 때에는 D주택보증주식회사(이하 ‘D주택보증’이라고 한다)가 분양보증을 이행하기 위하여 신탁부동산을 관리ㆍ분양 및 처분하는 것을 신탁목적으로 하여 신탁계약을 체결한 다음, 2007.7.23.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D주택보증 앞으로 신탁등기를 마쳐주었다.
아울러 ㈜B는 2007.7.25. D주택보증과, 보증채권자를 입주예정자로 하고 원고가 보증사고로 분양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될 때에는 D주택보증이 분양보증을 이행하기로 하는 주택분양보증계약을 체결하였다. 그 신탁계약 제7조 제3항은 D주택보증이 환급이행을 하거나 분양이행을 하는 때에는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방법으로 신탁재산을 처분할 수 있고, 그 처분금액은 ① 제세공과금 및 신탁사무처리를 위한 제비용, ② D주택보증의 원고에 대한 채권의 순서에 따라 사용한다고 정하고 있으며, 한편 이 사건 신탁계약 제7조 제4항은 위와 같이 사용하고 남은 잔액이 있는 경우 D주택보증은 이를 ㈜B에게 환급한다고 정하고 있다.
시공사인 S건설이 2010.1.11. 부도가 나자 위 공사는 공정률 22%의 상태에서 중단되었고, D주택보증은 분양계약자들에게 이미 납부된 계약금과 중도금을 환급한 후, ㈜B에게 보증채무이행금액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상환을 청구하였다. 관할세무서는 D주택보증이 분양계약자들에게 환급책임의 이행을 완료하고 보증채무이행금 상환청구를 함으로써 토지 위에 건축 중이던 미완성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의 실질적 통제권이 D주택보증에 이전되었고 이는 구 부가가치세법 제6조 제1항에서 정한 재화의 공급에 해당한다고 보아 2011.11. 10. ㈜B에게 2010년 1기분 부가가치세 5,449,141,280원을 경정ㆍ고지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이에 불복하여 ㈜B는 심사청구를 하였으나 기각 결정됨에 따라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⑵ 대법원의 판결
주택분양보증을 위하여 위탁자인 사업주체가 수익자 겸 수탁자인 분양보증회사에게 주택분양신탁계약을 원인으로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주택분양신탁의 경우, 분양보증회사는 사업주체로부터 신탁계약에 따라 신탁재산의 소유권을 이전받고 이를 전제로 신탁재산을 관리ㆍ처분하면서 재화를 공급하는 것이므로, 분양보증회사가 주택분양보증계약에 기초하여 분양계약자들에게 분양대금을 환급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당초 신탁재산의 이전과 구별되는 별도의 재화의 공급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고, 수탁자의 지위에서 신탁재산을 처분할 때 비로소 재화를 사용ㆍ소비할 수 있는 권한을 거래상대방에게 이전하는 재화의 공급이 있다고 할 것이다.
※ 대법원은 2017.6.15. 이 판결 외에 주택분양신탁에 관한 4개의 사건에서도 위와 동일하게 우선수익자에게 실질적 통제권이 넘어갔더라도 신탁계약에 따른 재산 이전과 구별되는 별도의 재화의 공급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하였다[(대법원2014두13393, 2017.06.15); (대법원2015두3645, 대법원2015두57598, 대법원2015두57604, 2017.06.15.)]
3. 새로운 대법원 판결의 의의 및 판결 후의 신탁 관련 부가가치세 과세방법의 보완
1) 새로운 대법원 판결의 의의
종전에는 신탁을 자익신탁과 타익신탁으로 구분하여 신탁재산과 관련된 부가가치세의 납세의무를 다르게 보았다. 자익신탁의 경우에는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특정의 재산권을 이전하거나 기타의 처분을 하여 수탁자로 하여금 신탁 목적을 위하여 그 재산권을 관리ㆍ처분하게 하는 것이므로 위탁판매의 원리와 동일하다고 보았다. 따라서 신탁재산을 위탁자에게서 수탁자에게로 이전하는 것은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이 아니며, 수탁자가 신탁재산을 공급하는 경우에는 위탁자를 부가가치세의 납세의무자로 보았다(대법원99다59290, 2003.04.25.).
신탁계약상 위탁자가 아닌 자를 우선수익자로 지정한 타익신탁으로서 신탁재산의 실질적인 통제권이 위탁자에게서 우선수익자에게 이전되는 경우에는 이를 재화의 공급으로 보아 위탁자를 부가가치세의 납세의무자로 보고, 그 후 수탁자가 신탁재산을 타인에게 공급하면 우선수익자를 부가가치세의 납세의무자로 보았다[(법규과-4884, 2007.09.12.) ; (대법원99다59290, 2003.04.25.)].
이러한 판결은 국세기본법 제14조 제1항 “과세의 대상이 되는 소득, 수익, 재산, 행위 또는 거래의 귀속이 명의(名義)일 뿐이고 사실상 귀속되는 자가 따로 있을 때에는 사실상 귀속되는 자를 납세의무자로 하여 세법을 적용한다”는 실질과세원칙에 근거를 둔 것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대법원 판결에서는 부가가치세는 재화나 용역의 공급에 과세하는 조세이므로 그 수익과 비용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누구인지에 관계없이 수탁자가 신탁재산을 이전하였으므로 수탁자가 부가가치세의 납세의무자라는 것이다. 그리고 타익신탁의 경우에 위탁자가 채권자에게 우선수익권을 설정하였더라도 채권자는 원시적으로 수익권을 갖고 있으므로 우선수익권을 설정해 준 것만으로는 재화의 공급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새로운 대법원 판결에 따라 실질적인 통제권 이전 여부를 따질 필요가 없어졌으므로 신탁과 관련된 부가가치세 업무가 간편해졌고 신탁재산의 처분에 따른 부가가치세법의 납세의무자가 수탁자로 통일됨에 따라 과세의 계기나 공급가액의 산정 등의 혼란을 방지할 수 있게 되었다.
2) 대법원 판결을 반영한 새로운 기획재정부의 예규
새로운 대법원 판결이 나옴에 따라 신탁재산을 관리ㆍ처분한 경우 부가가치세의 납세의무자가 누구인지와 타익신탁에서 우선수익자를 설정하여 신탁재산에 대한 실질적 통제권이 이전된 경우 이를 재화의 공급으로 볼 것인지에 대하여 실무상 혼란이 발생하였다. 이에 따라 2017.9.1. 기획재정부는 대법원 판례를 반영한 다음과 같은 새로운 예규를 발표하였다.
  • 1.수탁자가 위탁받은 신탁재산을 매각하는 경우 부가가치세법 제3조에 따른 납세의무자는 수탁자이며, 이는 신탁 유형에 관계없이 적용하는 것임
  • 2.동 질의회신은 우리 부의 질의회신일 이후 공급하는 분부터 적용하시기 바람. 다만,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2012두22485, 2017.05.18.)의 취지에 따라 판결일 이후부터 예규 회신일 전까지 수탁자가 해당 부가가치세의 납세의무자로서 부가가치세를 신고한 경우에는 수탁자를 납세의무자로 할 수 있음.
  • 3.신탁계약에 따라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신탁재산을 이전하는 경우에는 관련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아니하는 것임.
3) 부가가치세법 개정안
기획재정부는 새로운 대법원의 판결을 반영한 예규를 발표했지만, 신탁을 위탁매매로 보던 종전의 생각을 바꿀 마음도 없는 것 같다. 기획재정부는 정기국회에 제출한 부가가치세법 개정안에서 신탁재산을 공급한 경우 종전과 같이 위탁자가 부가가치세의 납세의무를 지도록 하되, 담보신탁은 위탁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신탁재산이 강제로 매각되는 점을 고려하여 수탁자가 납세의무를 지도록 하였다.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여 당사자 사이에 신탁관계가 설정되면 신탁재산은 수탁자에게 귀속되고, 신탁 후에는 위탁자의 재산이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대법원92누8163, 1993.04.27.), 위탁자가 부가가치세를 체납해도 수탁자 명의의 신탁재산을 압류할 수 없다(대법원96다17424, 1996.10.15.). 그런데, 신탁재산을 처분하여 수탁자가 받은 부가가치세 상당액은 매매대금의 일부로서 신탁재산에 속하나(대법원99다59290, 2003.04.25.), 신탁재산을 처분한 경우에 위탁자를 부가가치세의 납세의무자로 보게 되면, 부가가치세는 신탁재산에 귀속되어 위탁자가 부가가치세를 체납할 가능성이 있다. 부가가치세의 체납을 방지하기 위하여 부가가치세법 개정안에서는 신탁재산에 대한 부가가치세의 납세의무자를 위탁자로 보되, 수탁자에게 신탁재산을 한도로 물적납세의무를 부여하였다. 아울러 신탁계약에 따른 위탁자에서 수탁자로의 신탁재산 이전 등은 대법원 판례에 따라 재화의 공급으로 보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신설하기로 하였다.
신탁 관련 부가가치세법의 개정안의 내용(부법 3의2, 10 등)
현 행정부개정안
□ 재화공급의 특례
  • 위탁매매는 위탁자가 직접 재화를 공급하거나 공급받은 것으로 봄
    <신 설>
□ 신탁 관련 특례 신설
  • (좌 동)
  • 신탁재산을 수탁자의 명의로 매매할 때에는 「신탁법」 제2조에 따른 위탁자가 직접 재화를 공급하는 것으로 봄. 다만, 위탁자의 채무이행을 담보할 목적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신탁계약을 체결한 경우로서 수탁자가 그 채무이행을 위하여 신탁재산을 처분하는 경우에는 수탁자가 재화를 공급하는 것으로 봄.
<신 설>
□ 보충적 물적납세의무 부과
  • 다음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ㆍ가산금 또는 체납처분비를 체납한 납세의무자에게 신탁재산이 있는 경우로서 그 납세의무자의 다른 재산에 대하여 체납처분을 하여도 징수할 금액에 미치지 못할 때에는 그 신탁재산을 한도로 「신탁법」 제2조에 따른 수탁자는 「부가가치세법」에 따라 납세의무자의 부가가치세 등을 납부할 의무가 있음.
  • 신탁 설정일 이후에 「국세기본법」 제35조 제1항 제3호에 따른 법정기일이 도래하는 부가가치세 또는 가산금(부가가치세에 대한 가산금으로 한정한다)으로서 해당 신탁재산과 관련하여 발생한 것
  • 위 ‘①’의 금액에 대한 체납처분 과정에서 발생한 체납처분비 신탁 설정일 이후 법정기일이 도래하는 부가가치세로서 해당 신탁재산과 관련하여 발생한 국세, 가산금, 체납처분비에 대하여 수탁자는 신탁재산을 한도로 물적납세의무를 짐
□ 재화의 공급으로 보지 않는 것
  • 양도담보 등의 목적으로 동산, 부동산 및 부동산상의 권리를 제공하는 경우 등
    <추 가>
□ 신탁 관련 규정 추가
  • (좌 동)
  • 신탁재산을 위탁자로부터 수탁자 또는 수탁자로부터 위탁자로 이전하거나 수탁자가 변경되어 신수탁자에게 이전하는 경우
<개정이유> 신탁재산 관련 조세채권 일실방지
<적용시기>
  • 재화공급의 특례:2018.1.1. 이후 공급하거나 공급받는 분(담보신탁은 처분하는 분)부터 적용
  • 물적납세의무:2018.1.1. 이후 위탁자의 납세의무가 성립하는 분부터 적용
  • 재화의 공급으로 보지 않는 신탁재산의 이전:2018.1.1. 이후 이전하는 분부터 적용

자료출처 : [Taxnet Weekly vol.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