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키로 함에 따라 제도화될 경우 구조 안전에 이상이 없는 초기 단계 아파트의 사업 추진이 더욱 어렵게 됐다.

특히 아직까지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한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나 강동구 둔촌지구, 과천지역 등의 초기 재건축아파트들은 사업 추진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7일 건교부에 따르면 현재 논의되고 있는 안전진단 기준 강화 방안은 기술적인 부분으로, 재건축 추진 아파트 건물의 구조적 안전 여부를 평가하는 배점을 높이는 대신 주관적 판단이 개입할 수 있는 비용분석 가중치는 낮춘다는 게 주요 골자다.

즉 재건축 사업의 예선 격인 안전진단 절차를 강화해 사업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단계에 대해 기술적인 부분을 손질하겠다는 의미다. 따라서 새로운 기준에는 "구조 안전에 문제가 없는 아파트는 아예 재건축 자체를 불허한다"는 건교부의 의지가 담길 전망이다.

다만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가격 급등 등 주택시장의 불안정 현상이 교육과 함께 공급상의 문제라는 점에서 유일한 공급 창구인 재건축을 원천봉쇄할 경우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재건축 '꼼짝마'=이같은 방안이 마련될 경우 현재 사업 추진을 시도하고 있는 상당수 재건축아파트가 불이익을 받을 공산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설령 강화된 기준을 통과하더라도 이미 각종 규제가 시행되고 있는 만큼, 사업성이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어 재건축사업은 말 그대로 '산넘어 산'이 된다.

현재 적용되고 있는 재건축 관련 규제는 지난 2003년 7월부터 시행중인 후분양제를 시작으로 소형의무비율, 조합원지위 양도금지, 입주권 양도세 부과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올 하반기부터 시행될 예정인 기반시설부담금제와 개발부담금제도 사업추진에 상당한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현재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한 아파트는 서울의 경우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비롯해 압구정동 구현대3,4차와 현대사원, 강동구 고덕주공5·6·7단지 등이 있다. 서초구 반포동 경남, 한신3차, 방배동 구 삼호1·2·3차, 송파구 신천동 장미1·2차, 진주, 잠실동 주공5단지 등도 안전진단을 받지 못했다.

경기지역에서는 과천시 별양동 주공6단지와 원문동 주공2단지, 광명시 철산동 주공10,11단지 등이 추진위원회 결성 단계에 그치고 있다.

◇반발·부작용 커…재개발과 형평성 문제=이같은 방안 마련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특히 재개발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 마디로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J&K 백준 사장은 "재개발에는 적용하지 않는 개발부담금제를 비롯해 일률적인 기준없이 재건축에 대해 규제의 잣대만 들이대는 양면적 정책은 환영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존 규제에 대한 불만도 많다. 이 가운데 후분양제 실시에 따라 사업시행인가 이후 시공사를 선정해야 하는 문제는 사업 초기 단계의 재건축아파트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는 의견이다. 매월 소요되는 조합운영비 외에도 안전진단에서 구역지정까지 각 단지마다 평균 5억원 가량 필요한데다, 사업시행인가까지는 추가로 2~3억원이 들어서다.

이 때문에 조합원들로부터 자체 경비조달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오히려 각종 편법과 불법 행위가 조장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강동구 한 재건축단지 조합장은 "이미 재건축 기본계획을 확정해 각 조합의 기대치만 올려놓고 실제로는 여건 마련도 없이 규제로 가로막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현실화? "글쎄"=일각에서는 건교부의 이번 안전진단 기준 강화 방침이 기존 법에서 해결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무리수를 두는 게 아니냐란 지적을 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24일 공포돼 오는 8월25일부터 시행할 예정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는 예비평가에 대한 권한을 해당 시장·군수·구청장에서 시설안전공단,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 공공기관으로 넘겼다.

이 결과에 대해서는 각 시·도지사가 재검토할 수 있도록 하고 추가적으로 필요시 건교부장관도 재검토를 요구토록 규정했다. 결국 이처럼 3단계에 걸쳐 촘촘히 진단 결과를 보완·수정하도록 했기 때문에 굳이 추가적인 강화 방안이 필요하겠냐는 의견이다.

이와 관련, 건교부도 이번 안전진단 강화 방안에 대한 법률적 작업이 사업 자체를 가로막는 식으로 규정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건교부 한 관계자는 "현재 각 자치단체 의견을 받고 있는 등 검토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많아 제도화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