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당선자 공약 힘받아
초고층 주상복합 개발 탄력
용적률 높아 수익성 있지만
투자비 부담 … 사업지연 우려

도심 초고층 주상복합 재개발이 틈새시장으로 관심을 끌 전망이다. 사업이 많지 않고 지지부진해 일반 재개발 시장에 가려져 있었는데 오세훈 후보의 서울시장 당선으로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오 당선자의 주요 공약인 '강북도심 개발'은 도시환경 정비사업(옛 도심 재개발)을 통해 낡은 도심지역을 초고층 주상복합으로 재개발하는 사업을 말한다. 용적률이 높고 중대형 평형을 배정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사업지연 등 주의해야 할 점도 많다.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의 공약으로 도심 초고층 주상복합 재개발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사진은 구역지정을 앞둔 서울 중구 세운상가5구역.


◆큰 평형에 수익성 매력=주상복합 재개발인 도시환경 정비사업은 준주거지역.상업지역.공업지역 등에서 이뤄지는 재개발사업이다. 그동안 주로 시행사가 부지를 사들여 사업을 벌였기 때문에 투자자가 끼어들 틈새가 별로 없었다. 중구 회현동에서 SK건설과 쌍용건설이, 충무로4가에서 GS건설이 올해 분양할 예정인 주상복합 아파트들이 시행사 사업방식의 예다. 그러나 지난해 1월 서울시의 도시환경 정비사업 기본계획 발표 이후 사업구역의 덩치가 커지면서 조합이 추진하는 사업이 늘고 있다. 현재 사업단계가 구역지정 무렵인 20여 구역 중 10여 곳이 조합 방식이다. 이들 사업장은 일반 재개발과 마찬가지로 조합설립.사업승인 등의 절차를 거친다. 대신 전용면적 25.7평 이하 60% 이상 건립 등의 제한이 없어 40평형대 이상을 배정받을 가능성이 크다. 층수도 40층 정도까지 올라가는 초고층이다.

일반적인 재개발의 용적률이 250%를 넘지 못하는 반면 주상복합 재개발의 용적률은 600~800%다. 이 때문에 예상 분양수익이 많아 건물.토지의 가치(권리가액)가 감정가격보다 훨씬 높게 인정된다. 조합원 분양가에서 권리가액을 뺀 추가 부담금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일반 재개발보다 투자수익이 50% 이상 더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합이 주체가 돼 개발된 대표적인 주상복합이 용산 파크타워다. 용적률이 450%였고 감정가격이 평당 3000만원이었는데 권리가액은 평당 5000만원으로 감정가의 1.8배 수준이었다. 일반 재개발에선 권리가액이 대개 감정가격 정도로 매겨진다. 재개발 컨설팅업체인 태형피엠씨 김종기 사장은 "용적률이 높기 때문에 작은 지분으로도 큰 평형을 배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도심 재개발사업이 탄력을 받으면서 청계천 주변이 주목받고 있다. 세운상가5구역이 최근 추진위 설립에 필요한 주민 동의(50% 이상)요건을 채워 조만간 추진위 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추진위 구성 가시화로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올 초 평당 1500만~7000만원이던 지분(새 아파트를 배정받을 권리)값이 3000만~1억원으로 뛰었다. 추진위 측은 36~92평형 주상복합 아파트 830여 가구(최고 41층) 등 연면적 12만여 평 규모의 건물 7개 동을 지을 계획이다. 미군기지 이전, 용산 개발 등의 호재가 몰린 용산역 주변의 인기도 높다. 파크타워 인근인 국제빌딩 주변과 용산역 앞이 올 들어 구역지정을 받았다. 국제빌딩 주변 4개 구역 2만7000여 평엔 용적률 637~800%로 40~90평형대 700가구 정도의 주상복합 아파트 등 최고 40층짜리 7개 동이 지어질 계획이다.

인근 황금공인 김우진 사장은 "20~30평짜리 낡은 단독주택 가격이 평당 6500만~7500만원으로 올 초보다 2000만원가량 올랐다"며 "매수세는 많지만 매물이 달린다"고 말했다. 정비사업 컨설팅업체인 K&K 신종근 대표는 "계획적으로 개발되는 뉴타운이나 균형발전촉진지구 내 주상복합도 눈여겨볼 만하다"고 말했다.





◆투자 유의점은=투자비 마련이 부담스럽다. 대개 상업지역이어서 평당 지분가격이 수천만원이다. 10평 정도의 작은 지분을 매입하더라도 5억원 이상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금력이 없으면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 일반 재개발보다 사업이 더딜 수 있어 주민 동의 정도와 추진위 승인 등 사업 속도를 살펴야 한다. 이해관계가 복잡한 상가가 많아 주민 동의를 받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별다른 이전대책이 없는 점포 세입자들의 반발도 변수다. 상권이 활발한 지역에선 상가 수입을 포기하기가 아쉬워 주인들이 사업에 소극적이다. 지역적으로는 주거비율이 높은 곳이 유리하다. 상가보다 주거시설이 더 비싸고 분양도 잘된다. 개발계획을 보면 사업구역의 주된 용도와 주거.업무.상업시설 등의 비율이 나와 있다.

이들 사업장에 지어질 초고층 주상복합은 고급 수요가 적은 강북이어서 수요를 얼마나 끌어들일지도 관건이다. 분양 성패는 분양수익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파크타워와 달리 종로구 사직1구역에서 2004년 분양된 스페이스본은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J&K 백준 사장은 "일반적인 재개발에 비해 사업이 순탄하지 않기 때문에 입지여건과 사업 진척에서 확실한 지역을 노리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