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보다 2억 싼 급매물도 안 팔려 … `더 내릴 듯`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 호가가 급락하면서 급매물도 팔리지 않고 있다. 일부에선 시세보다 2억원이나 싸게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거래가 거의 끊긴 상태다. 정부의 재건축 규제가 계속 강화되는 데다 비수기가 겹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앞으로 더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봤다.

9일 부동산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5단지에서 11억6000만원대까지 올랐던 34평형이 최근 9억8000만원에, 14억9000만원에 거래됐던 36평형도 12억3000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지만 거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다른 데 구입한 주택의 잔금을 치르기 위해 돈이 급히 필요해 내놓은 매물로 안다"며 "이 정도 가격이면 예전엔 금세 팔렸는데 요즘은 사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에서도 시세가 9억원 정도인 34평형이 8억원에, 5억7000만원선에 팔리던 23평형이 5억3500만원에 매물 장부에 올라 있지만 매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에도 한때 9억원까지 거래됐던 15평형을 8억원에 팔아 달라는 매도 주문이 들어와 있지만 팔리지 않는다. 인근 P공인 김모 사장은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늘어난 데다 추가 하락을 우려하는 집주인들이 급매물을 쏟아내고 있다"며 "그러나 정부의 재건축 옥죄기가 더욱 심해질 예정이어서 매수자들은 웬만한 가격에도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선 재건축 안전진단이 이르면 이달부터 더 깐깐해져 아직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한 단지는 재건축이 더 어려워진다. 9월 말엔 재건축부담금제가 도입돼 재건축으로 오른 시세차익의 일부를 부담금으로 내놓아야 한다.

J&K 백준 사장은 "강남권의 경우 1억원 안팎으로 예상되는 재건축부담금을 감안해 매수 대기자들이 매입 금액을 더 낮춰 잡고 있다"며 "추가 하락이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RE멤버스 고종완 사장은 "급매물이 늘어나면 가격 하락 압력이 높아져 재건축 아파트 시세가 더 하향 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